- 사시사철 지치지 않는 붉은 기운!
▲ (삽화=임중우) |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너와 마주 앉아 이야기 하고 싶다.
여기 마른 벌판에 푸른 빛으로 햇살 받고 있는 너와 함께 있고 싶다. 사시사철 다 좋지만 유독 겨울이면 돋보이는 네 자태에 빠져든다. 모두 벗어버린 허허벌판에 고고하게 푸름을 빛낸다. 강인하고 영묘함이 신성하다.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원망도 하고 걱정과 두려움, 좌절도 하며 또 얼마나 놀라고 아팠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원통하고 기막힌 일도 많고 경황 중에 반갑기도 한 사람과의 만남. 하긴 너무 잘 하려다 너무 다 하려다 마음 다치고 아픈 거였다.
자꾸만 흐려져가는 사랑과 희망과 그리움, 기대감을 찾을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을 풀어놓을 곳이 없었다. 그럴 때면 의례히 찾아 드는 너의 숲.
소나무야. 너를 마주하면 붉은 햇살이 떠오르고 푸른 가지마다 솟아나는 생명의 힘을 본다. 삶은 언제나 미지의 안갯속 이건만 그 안개 속에 우뚝 솟아 있는 너의 모습은 흔들림 없다.
인간이 내뿜는 탁한 공기로 네 몸이 병들어 방울방울 맺힌 솔방울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살아 남기 위한 너의 몸부림을 보면서 안타가움 가득하다. 그뿐인가 온갖 좋은 것을 온 몸으로 인간에게 나누어준다.
인간은 저 편안하자고 잎도 따다 씹어먹고 부스럼에 송진 바르고 속이 아플 때 달인 물도 마셔보고 배고플 땐 속껍질도 벗겨먹었다. 송홧가루는 떡고물로 쓰고 솔방울로 술도 담 그어 먹는다. 어디 그뿐인가 떨어진 한 개의 솔방울조차 주워다 공기의 습도에 따라 건조하면 활짝 열고 축축하면 오므리어 닫으니 가습기로 활용한다.
하긴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는 솔잎이 뇌졸중과 고혈압 성 질환에 탁월한 약재라 전한다. 솔잎을 오랫동안 생식하면 늙지 않고 원기가 솟는다고 하니 불로장생이 따로 없음이다.
온 몸을 내어주고도 맑고 푸른 정기로 세상을 밝히고 있다. 사시사철 청정하게 우뚝 서서 버팀이 되어주는 소나무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시간과 내 능력을 나누며 함께 하는 사회.
2022년 한 해 잘 살았고 또 맞이 할 2023년에도 지치지 않는 푸름으로 서 있고 싶다.
너와 함께!!!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