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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112회] 겨울 산에서 봄을 만나다

기사승인 2023.01.19  09: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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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으로 스며드는 따뜻함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대설 주의보가 내린 날!

그런 날을 기다렸다가 눈 내리는 산행을 준비하였습니다. 하도 춥다 기에 속바지 하나 더 꺼내 입고 얇은 티 하나 더 걸치고 장갑에 귀 덮개까지 챙겨 들고 나섰습니다. 희끗희끗 시작하는 눈을 보고 된장국을 준비하여 부리나케 지하철을 탔습니다.

가까운 관악산. 소나무가 즐비한 삼막사쪽으로 코스를 잡고 천천히 올랐습니다. 중턱쯤 오르니 산 울음 소린가 천둥소리가 울렸습니다. 오호라! 오늘 제대로 온 것 같아 설레었습니다. 눈송이는 더욱 굵어지고 능선에 올라서니 왼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고개는 저절로 오른편을 바라봅니다.

눈바람에 쓸려내려 간 눈으로 둔덕을 이루고 모든 것이 하얗게 덮였습니다. 소나무 잎새며 떡갈나무 마른 잎새에도, 싸리나무 갈라진 그 틈새틈새 키 작은 철쭉 가지가지마다 눈꽃이 피었습니다. 계곡에는 산수화 한 자락이 연하장처럼 새해 인사를 합니다.

양지 자락에 자리 펴고 우선 막걸리부터 한 잔 목을 축이고 나서 뜨거운 된장국물 넘기니 세상이 발 아래 있었습니다. 준비 못해 간 커피는 지나는 길에 한 잔 얻어 마시고 산악회 회장님 명함까지 받았는데 산에서도 그 뭐야, 스카우트라는 것도 하는 모양입니다.

눈 내리는 그 나라에 움막이라도 짓고 살려 하였더니 아니 된다고 말리니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 길에 올랐습니다. 낙엽더미 위에 사풋 앉은 눈을 밟으며 사브작 사브작 내려 왔습니다. 작살나무 끝에 보라색 열매가 대롱대롱 하늘보고 손짓하는 약수터에서 물 한 잔 마시고 나도 하늘 한 번 올려다 보았습니다.

겨울 산이 내어 준 선물을 만끽하고 돌아온 하루! 세상 것 다 잊고 찾아 든 보람이 있었습니다. 산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눈은 쌓였다가 흐르는 물줄기로 나무들을 적시겠지요.

대지는 겨울이면서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잔뜩 움츠렸던 겨울추위를 떨치고 분연히 일어섭니다. 가지마다 물기가 오르고 새 움이 돋아나는 봄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준비하는 자만이 행동할 수 있습니다.

준비하고 나선 겨울 산에서 얻은 그 많은 것들이 오늘 선물로 내게 다가왔습니다. 행복이 별다른 건가요? 기뻐하며 감탄해 마지않고 가슴에 스며드는 거지요. 푸릇하게 돋아나는 새순이 자랍니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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