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이 넘치나이다
▲ (삽화=임중우) |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어쩌자고 그렇게 퍼 마셔?”
인사불성으로 제대로 집을 찾아온 것이 신기하다. ‘정신 나갔어. 정말 미친 사람들이야. 술고래 맞아!’ 그 경황에 함께 했던 동료들의 상태를 전달하고 있다. 핸드폰도 회식 장소에 두고 와 함께 한 동료가 집까지 가져다 주었다.
안 마시던 술을 과하게 마신 이유가 뭘까? 이제 접어야 될 나이를 인정하고 회식자리도 식사자리만 참석했는데, 그날은 아예 식사자리가 술과 함께 이어졌다. 그것도 중국집이다 보니 소주도 아닌 고량주다. 고량주 알코올도수 50도. 불이 붙는 그 화력을 목구멍에 들이 부었단다.
첫 술의 짜릿함을 넘어서고 보니 달달 하여 술이 술술 넘어갔단다. 술이 술을 부르고 각1병을 넘어선 주량이니 탈이 날 만 도하다. 더구나 오랜만에 갖는 술자리는 어느 순간 통제를 넘어섰다.
본인은 필름이 끊겨 노심초사하며 동료에게 전화로 확인해본다. 다행스럽게도 2차로 간 커피숍에서 큰 실수 없이 분위기 좋았다는 위로다.
양조장 집 딸답게 주법을 논하며 주도를 이끄는 어리석음. 하긴 한참 젊을 땐 회식자리 뒷마무리는 항상 차지하던 나름 술꾼. 50대속에서 분위기 타다가 선을 넘어선 그 짜릿함에 정신을 놓았다.
이틀을 토악질에 술병을 앓으며 아! 세월 앞에 장사 없구나, 아니 술 앞에 장사 없구나, 나도 늙었구나 하며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그래도 시도해 본 것에 후회는 없다.
절제할 줄 모르면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고 분위기도 엉망으로 만드는 술. 술 취한 엄마는 장성한 아이들의 놀림대상이 되고 남편은 한 술 더 떠 ‘술 그거 아무나 먹는 건 줄 알아’ 하며 지그시 누른다.
다시 절제를 배우고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수로 배우는 술자리. 절대로 다시는 그러지 않기를 다짐하며 내가 있어야 할 자리와 자제하여야 할 행동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술이야 취하려고 마신다지만 만취하여 알코올성치매가 온다는 것은 중독차원단계다. 취한 모습은 참모습이 아닌 벌거벗은 모습일 뿐이다. 취해봐야 아는 세상은 없고 깨어났을 때 참담함이 따르는 대가 성 배움이다.
어울린다는 것도 곧 통제요 절제에서 원활한 이루어짐을 통감하는 시간이다. 더 가까워짐은 가리워진 장막을 걷어낸 것일까? 그게 술의 힘인가!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