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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의 마음밭 꽃씨 하나 45회] 꽃신을 신고 걸어보자

기사승인 2023.03.21  09: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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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일은 내가 먼저 축하해 주기

▲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유년 시절과 성장기에도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헐렁헐렁한 느낌이 나도록  체구보다 훨씬 큰 것으로 옷을 입어야만 안전하다고 생각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준비해 주는 멜빵 주름 치마와 브라우스 보다는 4살 많은 오빠의 커다란 옷과 운동화를 신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엄마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그렇게 큰 신발을 신고 놀면 도둑놈 발 된다면서  말리고는 하셨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구두보다는 편한 신발을 즐겨신게 된다.

어떤 사람은 구두가 패션의 출발 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구두가 패션의 마무리 라고도 하는데  나는 발의 정사이즈 보다는 여유 공간이 있는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하루가 편안하다.

오십이 넘어서도 이렇게나 분주한 나날을 살게 될 줄 예견하지 못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점검 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사는 나에게 곧 다가오는 생일을 맞이하여 꽃신을 맞추어 주기로 했다.

늘 그렇듯이 해마다 생일이 오면 나는 나에게 셀프 선물을 해주곤 한다. 평소에 가지고 싶은 것을 메모 해 두었다가 그 중 가장 탐나는 것을 생일 선물로 정한다. 올해는 굽 높이를 조금 낮추고 빨간 꽃신을 장만했다.

굳이 남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신발의 볼이 넓어도 사이즈가 생각보다 크다고 해도 괜찮다. 가장 나 다운 것은 내가 나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나름 독특한 차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엄마는 패션 테러리스트라며 웃었는데 꽃신을 보면 또 뭐라 할지 기대가 된다.

봄에 태어나  보내어진 나는 꽃구경도 좋아하고 꽂길 걷는 것도 좋아한다. 봄은 하고 싶은 일을 마음 껏 할 수 있는 멋진 계절이다. 몇년 전 황홀하게 걸었던 구례의 벚꽃길을 꽃신을 신고 걸어 볼 참이다.

산다는 것은 늘 이렇게 가슴이 떨린다. 하고 싶은 일을 꿈꾸는 것에 가슴이 설레고 다시 한번 봄의 주인이 된다는 것에 더 가슴이 설레이고 있다.

구례의 벚꽃길을 돌아 조그마한 시장 모서리를 지나면 부부가 하고 있는 작고 특별한 커피숍이 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올해도 그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인 이정인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정인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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