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문인의 편지 강향순 제3회] 우연한 감동

기사승인 2023.03.22  09:13:26

공유
default_news_ad1

[골프타임즈=강향순 수필가] 전원생활을 할 때 우연한 기회가 있어 고양이 세 마리를 키웠다, 서울로 이사 오면서 두 마리는 이웃에게 분양을 하고 야미만을 데려왔다. 녀석은 영리하기도 하고, 애교도 많고, 사람을 좋아해 차마 떼어 놓을 수가 없어 데려오긴 했지만 좁은 아파트 공간에서 함께 살 생각을 하니 걱정부터 앞섰다.

시골에서는 맑은 공기와 예쁜 풀꽃 텃밭이 놀이터가 되어 계룡이, 뽀야, 친구들과 뒹굴며 자유롭게 지냈는데 친구도 없는 낯선 서울에서 저 혼자 지낼 것을 생각하니 왠지 내 마음이 불안했다. 아직 완전히 성장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제멋대로 지낸 습관을 어찌 할까 싶은 게 몹시 신경이 쓰였다. 더욱이 아들딸과 함께 동고동락해야 하는지라 그 애들이 야미를 과연 식구로 받아들여줄지도 모르겠고, 설혹 한식구로 산다 해도 평생을 돌봐 주어야 한다는 것이 내게는 부담스런 짐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내 걱정은 얼마 가지 않아 쓸데없는 노파심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들딸들은 대환영이었고 야미 또한 시골집에 살 때도 아이들을 가끔씩 들러 보아서인지 금방 친숙해져 적응도 잘하고 우리 집 재롱둥이가 되어 고즈넉한 집안에 활기를 불어넣어 여기저기 폭죽 같은 웃음꽃이 둥둥 떠다녔다. 야미로 인해 대화거리가 생기면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일상이 심심치가 않았다.

아들딸 모두 결혼할 적령기라 그런지 야미에 대한 사랑이 끝이 없었다. 큰딸은 야미가 마치 제 자식이나 되는 것처럼 눈에 보이기만 하면 귀여움의 한도를 넘어 무조건 끌어안고 쓰다듬고 얼굴을 비벼대기 일쑤였다. 뿐이랴, 걸핏하면 야미가 좋아할 물건들을 사들여 환경을 럭셔리하게 꾸며주기도 하고 야미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뭐든 살갑게 챙겨주었다. 야미가 오고부터 저만 알던 그 까칠한 성격도 유순해지고 퇴근해 현관문을 들어설 때면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우고는 제일 먼저 야미를 찾았다. 어쩌다 쉬는 날에 세 식구가 있을 때는 서로 야미를 차지하려 티격태격 말씨름도 모자라 서로가 잘 보이려 온갖 애정공세를 펼쳐가며 야미의 마음을 훔치려 애를 썼다.

얼마 전,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어긋나는 바람에 마음이 상해 시위하듯 혼자 안방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그때 보드라운 여린 손길이 다가와 나를 가만히 흔들어 깨웠다. 눈을 떠 뒤돌아보니 귀염둥이 야미였다. 자식에게 소외당한 것 같은 노여움을 삭이지 못해 외로운 설움에 잠긴 나를 위로하듯 연민에 젖은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순간 가슴으로 울컥, 뭔가 알지 못할 애틋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나가자는 듯 야미가 손을 내밀어 이끌기에 나는 못 이기는 척 따라 나왔다. 재빨리 거실 소파로 덥석 올라가 앉더니 나 보고도 앉으라는 눈빛을 보냈다. 내가 소파에 앉자 야미는 곁에 착 달라붙어 온몸을 나에게로 기대었다. 따뜻한 감동이 혈관을 타고 전해왔다.

언니, 오빠가 부르는데도 미동 않고 굳세어라 금순이처럼 내 곁에 딱 붙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득달같이 달려갔으련만 내가 속상해 있는 걸 아는지 내 편인 듯 종일 내 곁에 붙어 다니며 살갑게 굴었다. 비록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내 편이 있다는 게 가슴 벅차게 든든했다.

야미가 오고부터 우리 가족은 분위기도 좋아졌고 함께 지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우리 집 분위기 메이커라고나 할까. 야미는 어디까지나 소중한 가족으로 한 몫을 했다. 우리에게 사랑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즐거움과 기쁨을 우리에게 주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나눔이고, 배려이고, 사랑이라는 걸 야미를 통해 배우고 깨닫는다.

수필가 강향순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수필가협회ㆍ한국수필작가회 회원이며 은평문인협회 백일장 대회 우수상 수상했다. 나를 닮은 그릇(공저)외 다수

강향순 수필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