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빛 닮은 청자와 달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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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임중우) |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그곳에 가면 내 야트막한 지식을 꽉 채워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 세계를 돌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이르며 더 나아가 구석기, 신석기 역사가 공존하는 곳이다. 석조공간에 가운데가 뻥 뚫린 양 옆으로 각 전시실마다 역사를 펼쳐놓았다. 상설전시관 하나 만으로도 풍성하다.
1층에는 인류가 한반도에 살기 시작한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 대한제국의 역사와 문화까지 주제별로 나뉘어 선사시대를 오간다. 한 바퀴 둘러보고 있노라면 초등학생들이 손에 메모장과 볼펜 하나씩 들고 줄을 지어 해설자 말씀에 귀 기울이고 있다.
2층으로 올라서면 한국 전통서화와 기증한 분들의 뜻이 담긴 공간이 있어 다양한 고미술품과 세계 각지의 작품을 또한 만날 수 있다. 그 끝자락에 수덕사 대형 괘불앞에서 발길이 멈춘다. 태어남과 죽음을 넘어 사바세계가 펼쳐져 있으니 하나하나 맞추어 나가다 부질없음에 발길을 돌린다.
지쳐갈 즈음에 갈 때마다 신비함과 함께 찾아 드는 그 고요한 미소에 반해 반가사유상에서 잠시 쉰다. 엄마와 손 잡고 온 초등학생이 ‘엄마, 저거 000네 식탁에 놓인 거잖아?’ 아이는 국보가 아닌 TV 프로그램으로 만난 그 고요한 미소를 알까?
3층으로 다시 올라 토끼해를 맞아 이슈가 된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을 만난다. 국보 청자만을 모아 360도 회전하며 그 자태를 살필 수 있게 전시를 마련하였다. 청자실의 핵심공간으로 세 마리 토끼가 무거운 향로를 등에 지고 있다. 천년 세월, 한결 같은 자세로 등에 바치고 있는 토끼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비 갠 뒤 하늘빛 닮은 비색청자를 자연광 불빛아래서 그 은은함에 영롱함에 숙연해진다. 도공의 손에서 빚어진 그 우아한 기품에 말을 잃어버렸다. 백자에 분청사기에 불교조각도 보고 나면 건너편에 세계관이 있어 메소포타미아까지 둘러볼 수 있다.
실내를 벗어나 바깥풍경도 명품이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들이 푸름을 더하고 살짝 단풍 진 댓잎이 바람에 손짓하고 있다. 봄날에는 마주한 계단을 넘어서 뒤 편 후원에 작약부터 봄 꽃이 활짝 피어 사진 찍기에도 그만이다.
혼자도 좋고 더 나누고 싶으면 둘도 셋도 좋다. 서로 다른 시각으로 공유하며 즐거움을 나눈다. 몰랐던 역사의 깊이를 더할수록 가슴 가득 벅차 오르는 감동. 보고 또 봐도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나는 오늘도 그곳으로 향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은 살아 있어 더 많은 이야기와 함께 쉼도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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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