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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의 마음밭 꽃씨 하나 46회] 흔들리며 피는 꽃

기사승인 2023.04.04  09: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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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운 꽃의 계절에 아픈 딸을 위로하며

▲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이정인 시인] 한창 일할 시간에 아이들에게 전화가 결려오는 것은 거의 급한 일이 생겼거나 의논할 일이 있을 때인데, 늘 엄마의 예감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것입니다. 딸에게걸려온 전화 내용은 커피를 사러 가다가 보도블럭에서 헛발을 디뎠는데 다리에 인대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날따라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딸을 데리러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별일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 딸에게 택시를 타고 오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아뿔싸 집으로 온 딸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순간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렇게 5일이 지났는데도 다리의 부기는 조금도 줄어들둘 기미가 없어 물리치료라도 받게 하려고 병원에 갔는데, 인대 늘어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여러 군데 골절이 되서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서른 살이 되도록 건강하게 잘 살아준 딸이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급하게 찾아낸 병원에서 다행스럽게도 바로 수술을 할 수 있다 하여 당일에 수술을 진행했고 딸에게 내려진 진단은 회복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말이었습니다. 온 천지가 꽃으로 물들어 있는 이렇게 고운 계절에 딸 아이는 통증을 만났습니다.

딸아이가 다친 곳 현장 사진을 보니 보도 블록 옆 배수로를 덮고 있어야 하는 철판이 한 뼘도 넘게 노출되어 있어누구라도 걷다가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고,  그렇게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딸아이는 현재 12주의 진단을 받고 수술 후 입원 중입니다. 커피 한 잔의 유혹이 불러온 쉼의 시간치고는 너무나 길고 지루한 시간입니다.

안전에 대하여 조금 더 예민하게 살펴볼 일입니다.
문병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무상한 목련꽃 송이들이 봄 바람에 마음껏 흔들리고 있습니다.

흔들거리다가 제 자리를 잡겠지요. 삽십년 동안 한 번도 떨어져 지내본 일이 없던 딸의 방문을 열어두고 주문을 외워봅니다.

딸아, 흔들리며 피워내는 꽃이 올 봄에는 바로 너였구나.

시인 이정인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옳고바른마음 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2019년 언론인협회 자랑스러운 교육인상을 수상했다. 칼럼니스트와 시인으로서 문학사랑에도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정인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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