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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의 시詩시時 때때로 9회] 안부를 묻습니다

기사승인 2023.05.10  09: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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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들락거리는 집

[골프타임즈=박영희 시인] 더운 듯 하여 한동안 닫아 두었던 창문을 열었더니 기다렸다는 듯 바람이 들이닥칩니다.
걸음 맵시가 몹시 쌀쌀맞아 황망한 마음으로 선 채 투정을 다 받아주고 나서야 그도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웃음이 입가에 걸립니다. 창가를 서성이며 기다리는 건 늘 나라 여기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기에...

보이는 게 전부인 것처럼 안주하고 안심하며 투덜거렸던 날들이, 한 순간 미안해지며 뜬금포 터지던 시간이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기가 살아버린 재넘이가 성큼성큼 다가서는 바람에 창을 닫아야 했지만, 이미 열린 마음은 오래도록 기다렸을 바람과 대화를 준비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기껍기만 합니다.

바람이 들락거리는 집을 상상해 보세요. 삶에 환기가 필요한 날, 창 넘어오는 바깥소식에 설렌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오를 것을 상상하며 창을 엽니다.

다가선 바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바람에 실린 안부를 들으며 저 또한 안부를 묻습니다.

안부

답답한 마음 뜨여질까 창을 열었어요

서성이던 볕이 감감하던 새소리가
먼저 들어올 줄 알았는데

바람이 보란 듯이 들이닥치길래
화들짝 놀라 뒤로 꿍하고 말았지요

그 와중
든바람에 실려 왔다며 말똥말똥한 눈으로
말갛게 웃음 짓는 그니를 보다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네요

눈가의 눈물을 콕콕 찍다가
아, 그렇게 궁금했구나..... 했어요

후다닥 달려가
주방의 쪽창도 열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실눈 뜬 하늬바람이
샐쭉거리며 성큼 들어옵니다

아, 그렇게 또
흐놀던 가슴이 풀어져 벙싯거립니다

햇살이 설핏설핏 언질 했을 때
진즉 열어 둘 것을요

* 든바람 : 동남풍. 동남쪽에서 부는 바람
* 흐놀다 : 몹시 그리워하다

시인 박영희
한국문인협회 회원, 디지털 삽화가, 칼라맨, 캘리그라퍼. 출판편집 디자인 팀 ‘지소사’의 팀장, 시와수상문학 운영위원장으로 문학사랑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박영희 시인은 필명 ‘지소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시집으로 ‘우연처럼 뜬금없이’가 있다.

박영희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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