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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골프멘탈] 골프를 잊는 정신적 휴식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3.05.16  09: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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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할 때와 쉴 때의 구분 명확해야 ‘골프’ 몰입과 열망 살아나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어떤 스포츠 종목이든 선수들은 한 번쯤 슬럼프를 겪기 마련이다. 보통의 생각으로는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몰입하고 더 운동에 매진해야 할 것 같지만 최정상에 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반대로 이야기한다. 다음 이야기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만을 인터뷰해서 쓴 ‘최후의 몰입’이라는 책의 일부이다.

몰입하기 위해 몰입하지 않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부문 금메달리스트 박승희 선수와 인터뷰를 했을 때다. 그녀는 자신이 슬럼프나 부진에 매몰되지 않고 지속적인 몰입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집’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집에 도대체 무엇이 있었기에 그녀가 부진의 늪에 빠지지 않았다고 한 걸까? 박승희 선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집에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집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이 집에서 운동에 관해 묻지 않아요. 쇼트트랙에 관한 이야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이 집은 그냥 쉬는 곳이라고 하셨거든요. 시합을 못했다고 혼난 적도 없었고 잘했다고 부담을 느낀 적도 없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이유가 아무것도 묻지 않는 부모님과 편하게 쉴 수 있는 집 같아요. 그런 환경 속에서 온전히 나를 위해 쉬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되거든요" 그녀의 집에는 쇼트트랙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경기장에서 있었던 모든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집에서 쉬면서 해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집에서는 '중압감'을 버릴 수 있었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슬럼프를 극복했던 선수들은 모두 박승희 선수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충분한 휴식 말이다. 그들은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이 움직이거나 뭔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단지 잠시 훈련에 대한 강박감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심권호 금메달리스트는 휴식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슬럼프를 극복했다. "저는 슬럼프가 왔을 때 운동에 대해 신경을 꺼버렸어요. 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어요. 기술이 안 되면 그 기술을 한 달간 안 했어요. 그런 식으로 잊어버리면서 슬럼프를 극복했죠."

구본길 선수 역시 운동에 매진하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거나 잠시 쉬어감으로써 슬럼프를 극복했다. “무조건 노력하는 게 답은 아닌 것 같아요. 운동도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해야 능률이 더 오르거든요. 만약 슬럼프가 오고 힘든데 무조건 더 많이 운동한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집중할 땐 집중하고 쉴 땐 쉬어야죠. 저 같은 경우는 쉬는 것도 좋지만, 태릉선수촌에서 심리학 박사님과 상담하는 시간이 도움이 됐어요. 내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되더라고요. 심각한 심리 상담 치료라기보다 고민 상담소에 찾아간 느낌이랄까요? 경쟁하는 선수들에게는 솔직하게 말을 못하니까 그렇게 내 마음속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는 것만으로도 후련하더라고요. 각자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휴식을 취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 시간에 취미 활동을 하며 중압감을 떨친 선수들도 있었다. 황경선 선수는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했고, 박상영 선수는 잘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 부문 금메달리스트 차동민 선수는 다른 선수들이 휴식 시간에 경기 비디오 분석을 할 때 본인은 팔찌를 만든다고 했다.

장혜진 선수는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 5분 하루에 단 몇 줄이라도 책을 읽는데, 이 시간이 길어지면서 몰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김재범 선수의 대답이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한 가지 있긴 했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응원 메시지를 휴대폰에 저장해놓고 보는 거죠. 예전에는 부모님이 ‘우리 아들 재범이 잘할 수 있어. 파이팅! 사랑해.’라고 영상 메시지를 보내주신 걸 봤어요. 그런데 요즘은 제 딸 동영상을 틀어놓고 봐요. 그게 저한테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딸바보 인증하듯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이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다.
『최후의 몰입』(제갈현열, 김도윤, 쌤앤파커스) 中에서..

골프라고 예외일 수 없다. 특히나 골프는 멘탈게임이기 때문에 골프를 잊는 정신적 휴식은 매우 중요하다. 투어 통산 117승을 기록한 잭 니클라우스 역시 그의 저서에서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다음은 ‘잭 니클라우스의 골프와 나의 인생’이라는 책의 일부이다.

내 생애를 돌아볼 때면, 나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골프나 시합을 잊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난 가족이 있어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예전에도 집에 돌아오면 내가 어느 대회에서 어떻게 플레이했는지에 관한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는, 우리집 식구들은 모두 자신의 일이 너무 바빠서 아빠의 경기를 분석해 줄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골프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던 또 한 가지 이유는, 아무리 배우자나 부모라도 자신의 일과 관련된 문제나 고민을 나머지 가족들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어 왔던 나의 신념 때문이었다. 나의 골프 경기는 내가 골프 가방의 뚜껑을 닫는 순간, 대화 주제로서는 싹 잊혀진다. 이렇게 일과 가정생활을 구분할 수 있었던 덕분에, 프로 초기 시절 집에 있는 동안 늘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일을 즐긴다. 특히 골프 코스 설계하는 일을 즐긴다. 골프에서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하지만 골프 외의 다른 것을 통해 한계 이상으로 두뇌를 자극하고 훈련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일단 가족, 골프, 그리고 일에 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나면 홀가분하게 낚시, 사냥, 테니스, 스키 같은 활동을 즐긴다. 그렇게 즐길 자격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즐기면 시야와 삶의 속도에 커다란 변화가 오고 원기를 많이 회복할 수도 있다.

골퍼들은 기계가 아니지만, 스윙할 때는 기계처럼 정확해지려고 애쓴다. 하지만 어떤 골퍼라도 최상의 기계 같은 완벽함에 이르렀을 때 그 상태를 몇 주 이상씩 유지할 수는 없다. 신체의 변화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최적의 신체 상태에서 최대한 부드럽고 능숙하게 스윙할 수 있는 능력에 침체기가 오기도 하며,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나서 정신적으로 지칠 수도 있다. 그러면 완전한 집중이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이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신경과민과 무력감을 느낀다.

그래서 골프 연습과 플레이 말고 다른 뭔가로 피할 구실을 찾게 될 것이다. 내가 아는 거의 모든 골퍼도 그런 일을 겪었듯이,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럴 때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 가방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1963년의 늦가을에 나도 꼭 그렇게 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두 달 동안 클럽을 거의 만지지도 않았다. 그때는 단 일 초도 골프가 그립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투어에 나갔을 때, 경쟁해서 이기고 싶다는 예전의 열망이 다시 살아나 있었다.
『잭 니클라우스의 골프와 나의 인생』(잭 니클라우스, 존 티켈, 정미나 옮김, 김영사)

골프전문 멘탈코치 이종철프로 ‘이종철프로의 골프심리학’ 블로그 가입

이종철 프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소속 프로, 한국체대 졸업. 前)한국체대 골프부 코치. 골프멘탈에 관한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고 있다. 현재는 용인 경희골프랜드에서 멘탈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삶이 행복한 골프선수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자 보람이다. 저서로는 『골프, 생각이 스윙을 바꾼다』 『골프, 마음의 게임』 『퍼펙트 멘탈』이 있고, 역서로는 『열다섯 번째 클럽의 기적』 『밥 로텔라의 쇼트 게임 심리학』이 있다.

이종철 프로  forallgol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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