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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152회] 여행길에서 만난 참사

기사승인 2023.11.16  10: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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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울수록 예의를 더 갖추는 미덕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내 얘기 좀 들어 봐!”

좋은 계절에 스페인까지 해외여행을 다녀 온 친구가 만나자마자 보따리부터 풀어놓는다. 으레 여행지 이야기인가 했더니 심각하다. 단체로 간 여행길 장기숙박을 같이 한 룸메이트가 사단이다.

그나마 이십여 년을 사귄 친구이건만 제 멋대로인 친구로 인해 여행을 망쳤다. 본인이 불편하다고 장거리 14시간 비행기 좌석을 상의도 없이 바꾸어 서로 떨어져 앉으니 피로감이 갑절로 왔다. 함께 쓰는 방도 온통 본인 짐으로 늘어놓고 한 귀퉁이 탁자 하나에 짐을 놓으니 그도 하루 이틀 이지 일주일 여행 내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었다.

어디를 가도 본인이 먼저이고 의례히 당연한 것처럼 행동하는 친구로 결국 마음이 상했다. 화가 나 표현을 안하고 그저 침묵항변 했더니 신경이 쓰였던지 자기 변명을 늘어 놓는 친구로 더 화가 났다. 불편한 마음으로 돌아와 서로 무엇이 잘못 되였는가 싶어 되짚어보아도 답답할 뿐이다.

그 좋은 풍경도 편안치 않은 친구의 배려심 없는 행동에 스트레스 받아 힘겨운 시간이 되었다. 그간의 이야기를 들은 주변사람들이 만나지 말고 끊으라고 한다. 친구를 함부로 대하는 그 사람은 고치기 어려우니 힘든 네가 멀리하라고 충고해준다.

“예전엔 무조건 다 받아주었지. 내가 암에 걸려 죽다 살아나보니 나를 너무 살피지 않았더라고. 내가 나를 아끼지 않는데 누가 날 살펴주겠어. 그때부터 저만 편하자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이기적인 친구는 멀리하게 되었네. 여기 봐, 카톡에 확인 안 한 톡이 127개, 메시지도 305개. 다 필요 없는 것들이 내 시간을 갉아먹고 있잖아.”

함께 살아봐야 안다고 같이 밥 먹고 잠자 보니 그 실체를 알겠더라고 일상 생활과 다른 모습이 보인다. 본인만 편하겠다는 이기심이 배려도 없고 당연한 것처럼 친구를 부리려 한다. 그건 친구 사이가 아니라 갑과 을이다. 만만하고 편한 상대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친구란 계절이 바뀌어 만나도 불편하지 않고 서로를 읽어주고 헤아려주며 예의를 차리는 것이 진정한 우정이다. 생색내기 친구는 사절이요 중구난방 저 잘난 친구도 피곤하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며 쉴 수 있는 사이여야 한다.

진정한 친구를 알려면 숙박을 같이하는 여행을 떠나봐야 안다. 굳이 싫으면 낮에 잠깐 만나든가 술친구만 하는 거다.

친구란 내가 함께 행복할 수 있어야 나눌 수 있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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