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해성 스님, 시인] 서울에 내리는 첫눈을 바라보며 창문을 열고 박수를 보냈다. 직원들과 함께하는 점심시간에 첫눈이 내리는 날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며 자랑하고 있다. 서로가 어디로 떠나냐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나도 공연히 들뜬 마음으로 첫눈을 반겼다. 나는 누구를 만나러 어디로 갈까 하며 혼자 속삭이다 가까운 공원으로 나왔다.
얼마 전까지 푸른 하늘을 수놓던 노란 은행잎들이 길바닥에 수북이 쌓여 바람결에 날아다니며 첫눈을 맞으며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듯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뒤뜰의 노란색을 마음껏 뿜어내던 해바라기도 갈색으로 변하여 고개를 숙이고 씨앗을 머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나무들은 봄이 오면 꽃을 피우고 겨울이 오면 옷을 벗고 낙엽이 되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떨어지는 낙엽이 세월에 물러서지 않고 봄에 피울 싹을 기다리며 내일을 꿈꾼다.
나는 꽃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마음에 꽃을 담고 싶어서 시들지 않는 꽃 보존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보존화는 생화가 아름답게 피었을 때 꽃을 따서 특수보존액을 사용해서 나만의 색으로 염색하여 생화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게 만든다. 생화 그대로이면서 물이 필요 없는 신기한 꽃이다.
우리는 여름이 되면 들판에 나가서 강아지풀이나 방동사니 등 우리 풀을 채집하여 예쁘게 염색하여 많은 작품을 만들어서 전시 등 생활용품도 제작하고 있다. 들판에 널려진 들풀들을 채집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가을 서리에 마치는 생명을 나의 손을 거쳐서 아름답게 바꾸어 준다고 약속하기도 한다. 풀잎이 왕성할 때는 청각장애인 친구들과 직원들도 함께 들에 나와서 채집을 도와주고 있다. 나는 보답하는 마음으로 예쁘게 염색하여 멋진 상품으로 보답한다.
올 가을은 바쁘다는 핑계로 전국에서 실시하는 꽃 축제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한 폭의 액자 속에 마음의 꽃동산을 만들면서 시 한편을 적는다.
꽃향기 가슴에 안고 푸르던 잎새 가을 햇살과 벗하며 노을 닮은 고운 옷 갈아입고 애절한 설렘으로 마음 전한다. 달콤한 그 향기 메아리치니 앞뜰을 가득 채운 어여쁜 꽃들 미소로 반겨준다. 꽃처럼 고운 마음 포근히 안기니 소리 없이 다가오는 영원한 사랑 가슴속에 환하게 파도친다. 오래되어도 시들지 않는 보존화로 수놓은 꽃동산 그 모습 그대로 자신에 만족하며 보존화처럼 욕심 없는 삶 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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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해성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광림사 주지, 연화원 대표이사이자 수어통역사로 ‘자비의 수화교실’ ‘수화사랑 친구사랑’ 등을 출간했으며 시집 ‘하얀 고무신’있다. 2020년 ‘올해의 스님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