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위를 이겨 낼 비방
▲ (삽화=임중우) |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9층으로 바로 올라 와.”
여탕과 남탕으로 갈라지는 층에서 다급하게 외친다. 성별이 다르니 함께 할 수 없어 황급히 돌아서며 알려준다. 손에는 열쇠 하나 들고 구멍 숭숭 한 목욕가방 들고 아이들 손잡고 바쁘다. 신발 챙겨 들랴 가방에 아이들까지 정신없다.
코로나 이후로 처음 나섰다. 대형시설에 이 구석 저 구석이 궁금하다. 처음의 찜질 방 의미가 무색하게 온갖 놀이시설이 가득하다. 그저 길다란 매트 하나 주던 것이 이젠 평상이며 발리 스트리트라 하여 원주민 초막에 야자수 잎으로 늘어지게 정글 숲길도 이색풍경을 만들어 놨다.
구석구석 이름 지어 쉴 공간이 있고 어린이 놀이터도 키즈 카페 수준이다. 통로를 찾아 다니다 보니 미디어아트로 파도 풀도 있어 벽면은 바다요 바닥엔 파도가 밀려와 그 위에 서핑도 탄다. 막다른 구석에 코인노래방과 사진 네 컷이 있다.
이왕 온 거 현금은 없어도 열쇠고리 내미니 기계에서 자동으로 현금이 나온다. 플라스틱 안경과 화려한 머리띠 장착하고 사진 네 컷 속에 포즈를 취해본다. 손가락 하트부터 시작하여 양 볼에 손가락 오므려 귀염 하트 만들고 이번엔 아예 큰 원으로 하트를 날린다.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외부 음식 반입금지 인만큼 커피, 미숫가루, 식혜로부터 시작하여 과자에 떡볶이, 통닭, 간식거리, 또 미역국에 제육볶음이며 식사까지 다양하다. 이곳엔 통닭이 일미라니 먹어봐야겠다.
한켠엔 찜질방답게 57.5도의 소금 방을 시작으로 각 방마다 특색과 온도표시가 되어있는 문이 있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맨 끝에 당도해보니 5분의 기적이란다. 온 몸의 땀을 오 분 안에 쏟아내 준단다. 경이로운 곳이로다.
홀에는 TV보며 쉬는 사람. 도란도란 이야기 속에 빠진 연인들. 동네 아줌마들이 한가롭게 누워 즐기는 여유가 보인다. 아이들은 정글 속에서 오르내리며 저들만의 공간에서 만족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더 찾아 든다는 찜질 방. 월요일 오후이건만 사람이 가득하다.
오랜만에 땀을 빼고 휴식을 취하고 나니 피부도 뽀송뽀송 반질반질하니 몸이 가볍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심신을 쉬어주어야 에너지도 생긴다니 다음을 기약한다.
추위를 이겨낼 비방이 그곳에 있다.
노경민 작가는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