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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참 시詩 방앗간 12회] 겨울 비

기사승인 2024.04.19  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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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없는 그리움의 영토에 겨울비 내리던 날

▲ (삽화=박소향)

봄빛을 풀무질하던 겨울나무는
허공에 걸린 가지를 합장하고
레퀴엠을 연주합니다

머리를 풀고 흐느끼던 숲이
별을 지나쳐 달의 우물을 건드린 걸까
닳은 뼈마디를 숨기느라 잇새로 삼키던
어머니 한숨들이 내려옵니다

맞잡은 손 차마 떨칠 수 없던 그 날처럼
비는 그렇게 하염없이 흐릅니다
백 년의 고독을 안고서
당신도 모르는 길을 가던 숲에서
새의 울음으로 서 있는 건 아니신지요

당신이 떠나던 날
따듯한 추억의 고향도 따라갔습니다
수천 번의 바람으로 당신을 부르면
꿈속에서라도 오시렵니까

나무는 연둣빛을 더하며 내일로 향하는데
슬픔의 영토를 헤아리던 그리움 관성 밖으로
부메랑은 격률의 이별 방식만 돌려보냅니다

어머니는 신장암으로 한 쪽 콩팥을 제거한 몇 년 후, 뇌출혈로 수술을 하시고도 병문안하는 자식들에게 “아프고 힘든 건 내가 다 안고 갈테니 너희는 건강해라“라는 말씀만 하셨다.

“'진정한 부자는 재물이 많음이 아니고 마음이 행복해야 부자라면서, 우애롭게 지내는 자식들 덕분에 행복하다”'며 욕심 없이 사신분이셨다.

수술 후유증으로 의사의 입원 권유를 거부하고 집에서 투병하시다가, 온몸에 암이 전이 되어서야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코로나19가 성행하던 시기라 유리벽 너머로만 면회하면서, 그토록 아끼던 자식들과는 눈 맞춤만 허용되는 외로운 투병으로 생을 마치신 어머니...

어머니가 없는 그리움의 영토에 겨울비 내리던 날,
빈자리마다 추억의 방지 턱에 걸려 무너지는 마음 추스르며 이 글을 올린다.

시인 김영미
2003년 문예사조에 시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경기 광주지회 9대 지부 회장 역임, 시와수상문학 감사. 시집으로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버린다’ 착각의시학 제1회 시끌리오 문학상, 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순암 문학상을 받았다.


김영미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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