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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의 묵향에 기대어선 하루 9회] 의표(意表)

기사승인 2024.05.26  0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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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짓지 말고 올바르게 살아야

▲ (삽화=박소향)

[골프타임즈=김효진 작가] 의표(意表)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 밖이나 예상 밖’을 뜻한다. 지금으로부터 이십 여 년 전 2000년 초반에 내가 몸담았던 H그룹에서 K자동차를 인수했다. 그 후 약 1년간 인수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나는 기업의 꽃이라 평가 받는 이사로 승진하자 그때까지 맡고 있던 인사, 노무팀 외에도 총무, 안전, 시설관리, 시설 방호 등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취임한지 두 달이 지난 4월 경 담당하는 총무팀의 밥 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사업장 내에는 약 스무 개가 넘는 소규모 식당이 산재했으나, 전체 주 부식을 담당하는 밥 공장을 찾아간 것이다. 

그곳은 약 이만명의 주 부식을 일괄 조리하여, 소위 케이터링 식으로 배식 시간에 맞춰 이송하는 곳이다. 당연히 담당 영양사와 수많은 조리사들이 정신없이 바쁜 곳이었다.

제일 먼저 쌀 창고로 갔다. 하루에 열 가마니씩 소비하는 창고답게 수 백 가마의 쌀가마니 포대가 천정 가까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쌀이 뽀얗지를 않고, 거무튀튀한 것이 몇 년은 묵은 쌀 같았다.

그래서 넌지시 쌀 공급처를 물으니, 영양사가 말하길 “인근 간척지 농지에서 대량으로 농사를 지어 공급하는 정미소에서 받는다” 하였다. 그런데 묻지도 않은 햅쌀이라 소개하며 미질이 좋다고까지 말을 하였다.

아무 말도 않고 서류용 대봉투에 가득 쌀을 담아 총무 팀장에게 건네주며 “네가 보기엔 미질이 몇 년 묵은 쌀로 보이고 안 좋아 보이니 인근 농산물 검사소나 농촌진흥청 지소에 가면 한 눈에 알아보는 전문가가 수두룩하니 검증을 받도록 하라”고 일렀다.

말한대로, ''햅쌀이라 하여 웃돈을 언제부터 얼마나 받았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영양사에게는 아직도 옛 버릇이 남았으니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부도 난 업체에게 바가지를 씌워 불쌍한 직원들 등골을 파 먹으며 얼마나 치부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얼라(아기)궁둥이에 밥풀을 떼먹는 짓이었다.

''차라리 문듸(문둥이) 콧구멍에 마늘을 빼 먹을 놈들이나 할 짓이다'' 욕을 해 주었다. 이듬 해 햅쌀이 나올 때까지 계속 햅쌀이라 우길 것이냐며 옆의 총무 팀장에게 피해 규모가 얼만지 정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라 명했다.

청산 법인과 우리 회사의 피해규모를 구분하고, 변호사를 동원하여 금액의 환수는 물론 형사적 고발도 병행하라 일갈하고 나와 버렸다.

그 말을 들은 그 영양사는 한동안 넋이 나간 채 서 있었다. 그러다가 어딘가로 부리나케 전화를 하더니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사라져 회사에 출근도 않지 않고 잠적해 버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총무팀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앓던 이가 빠졌다며 환호 작약 했다. 그녀는 그냥 영양사가 아니라 노조 간부의 아내였던 것이다.

전체 사업장의 식부자재 공급과 선정까지  도맡아하며, 지시도 따르지 않는 완전 불량 폭탄이나 다름없던 차였다 한다. 내 말 몇 마디에 혼이 나가 제 발로 도망 간 꼴이 되었으니 얼마나 속이 시원했을까 싶다.

물론 그 당시의 많은 기업체가 IMF사태로 부도가 난 뒤, 법정 관리를 거치면서 거의 사업 운영을 방기하다 보니, 세심한 관리 미흡으로 이 같은 작태가 만연했으리라 짐작하는 바는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태연하게 잘못인 줄 알면서도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영양사 입장에서는 인수합병 된 후에도 별 이상이 없으니, 종전 관행대로 그렇게 계속해 왔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나타나 그 때까지의 피해 금액 환수와 사기죄 고발 운운하며 형사 고발 등 책임을 묻겠다니 얼마나 놀랐을까도 싶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의표를 찔려 허둥대는 모습을 지금 상상해도 웃음이 나온다. 그러니 죄 짓지 말고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

작가 김효진
시와수상문학 시와 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꾸준한 문학 사랑으로 많은 문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저서 사집 ‘새벽 별을 걸고’ 2023년 제1회 정병국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효진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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