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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의 風磬 詩소리 3회] 나무를 흔드는 건 바람이다

기사승인 2024.08.08  09: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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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박소향)

나무를 흔드는 건 바람이다

숲 속의 푸른 나무가 몹시 흔들리는 날
바람은 보이지 않고 흔들리는 나무의 몸살만 보인다

울창한 숲에 들면 파란 숨소리가 들리는 것은
그 소리 나무의 가슴을 다스리는 바람의 유혹이다.

나무의 품격은 뿌리의 깊이와 둥근 나이테의 간격과
열리는 열매의 숫자로 쓸모를 가늠한다
사람도 숲에 들면 나무가 된다고 했던가
인생은 나이의 흔적인 주름의 깊이로 평가한다.

나무도 사람과 같아서 적당한 성장으로
하늘과 땅과 바람의 힘으로 이어지는
사계절의 질서를 받아들여 우람한 몸통을 다스린다.

숲에서 흘러오는 나무냄새, 신비한 향기를 마시는 일은
어쩌면 공덕을 쌓아 올리고 있는 바람의 중심일 것이다.

소나무 숲 쪽으로 살며시 빠져나가는 바람이
굵은 나무의 가슴을 훔치고 있는가?
바람 진 관목 숲의 고요가 훈훈하다.

詩作 노트
바람의 주인은 없다.
오직 주인을 말하자면 바람을 만드는 우주가 주인이다.
모든 자연을 사랑하는 것은 사람들이다.

바람 앞에서 사계절 꽃이 피어나는 이치를 알고 소담하게 열리는 열매 또한 바람으로 잉태되는 간절한 소망의 결실이다.

우리, 바람 앞에서는 언제나 겸손해지는 습관이 필요하다. 오늘도 속내를 알 수 없는 바람이 분다.

참으로 고마운 바람이다.

시인 박종영
문예사조로 등단해 30여 년 간을 시를 쓰며 3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제13회 공무원문예대전 시 부문 은상 수상, 자연과 평화를 위한 시를 집필하며 늘 시와 함께하고 있다. 


박종영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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