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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의 風磬 詩소리 5회] 바람은 요술쟁이

기사승인 2024.09.05  09: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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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과 시간의 배려

▲ (삽화=박소향)

바람은 요술쟁이

기별도 없이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한점 푸른 웃음으로 손을 내미는
바람의 포옹이다

떼 지어 흘러가는 구름 사이
밝은 햇볕을 내리게 하는 것은
바람이 하늘을 꿰매는 바느질이다.

긴 여정의 길에 쉼 없이
허공을 나는 철새 무리
힘겨운 날개깃의 부양을 돋우는 바람은
세월의 나그네다.

은밀한 계곡
산새의 그리움을 엿듣는 바람은
고요한 겸손으로 위장한 요술쟁이다

붉은빛 색감으로 익어가는 계절
늦가을 억새울음 달래는 바람의 속내는
언제나 타인의 이름으로 떠나려는 연인의 길이다

詩作 노트
가을 하면 우선 붉게 물든 단풍잎과 외딴 길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안타까움과 산등성이 외롭게 서서 하늘구름에 손 흔드는 억새가 우리를 마음 다독이게 합니다.

바람과 시간의 배려, 그리고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사람의 생각이 이 가을에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것은 갑자기 쌀쌀한 바람 탓이기도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흔들림은 가을 하늘에 가을 편지를 보내는 손짓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순리는 자연의 순리를 닮아가면서 익숙해진 삶의 근본입니다.

시인 박종영
문예사조로 등단해 30여 년 간을 시를 쓰며 3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제13회 공무원문예대전 시 부문 은상 수상, 자연과 평화를 위한 시를 집필하며 늘 시와 함께하고 있다. 


박종영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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