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위를 피해 산으로
[골프타임즈=이병희 시인] 덥다, 더워...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더워도 산에 가면 좋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산에 오른다.
가리산은 국내 100대 명산에 속해 있는 산으로 가리산과 방태산을 1박2일로 함께 모였다. 산길과 숲길을 걸으며 여름 산행의 참맛과 더위를 이겨내고, 황홀한 여름산행을 즐기기로 하였다.
대전에서 자차로 이동하는 경자 동생이 내가 사는 천안까지 이동하여 와 주었다. 오전 6시 이른 출발로 남춘천 역까지 경춘선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고양시에 사는 정란 언니를 픽업한 후 산행 들머리인 가리산 자연휴양을 시작으로 합수곡 삼거리를 지나 가삽고개를 오른다.
산길은 정말 평온하다. 평소 산행의 너덜 길이었다면, 육산으로 순하고 평이하다고나 할까. 정상 부근의 깔딱 말고는 쉽게 접근 할 수 있으니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일 연계 산행으로도 두개의 정상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이리도 바람 한 점 없을까. 폰에서는 홍천에 폭염 주위보라는 경고가 오고, 얼굴과 등줄기에도 찜통더위에 땀이 줄줄 흐른다. 숨이 턱턱 막히는데 최근들어 얼굴로만 유독 땀이 많어져 흐르고 있으니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2봉과 3봉을 올라갔다가 다시 1봉인 가리산 정상석에 오르니, 가리산 정상석보다 눈에 띄는 정상석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리산 주변은 한국전쟁 때, 미 2사단과 중공군, 우리나라 해병대와 북한군 사이에 밀고 밀리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표지석을 보니 두 아들들이 해병대를 나와서 그런지 감회가 더 새롭다.
가리산은 한 때 화전민들의 아지트라고 할 정도로 화전민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정상 부근만 제외하고는 토산이기 때문에 물이 풍부하고, 산나물과 야생화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진달래꽃이 많이 피어 유독 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소양호 옆에 우뚝 솟은 홍천 가리산은 완만한 산으로 정상부근 계단을 올라서면 소양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 더위가 빨리 사라지고, 어여 가을빛으로 물들었으면 생각하며 하산을 한다.
가리산은 홍천 9경 중 2경으로 바위 절벽에서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솟는 석간수가 유명한 곳이다. 날이 너무 더워 정상석에서는 겨우 사진 한 장 남기고 얼마나 빠르게 내려왔는지 어느새 참나무가 가득한 군락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 잠시 휴식하면서 각자 준비해 온 행동식을 먹으며, 쉼 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가리산 자락에 전해 오는 전설 한 토막인 한 천자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묘라 전해 오는 무덤으로 한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집에 찾아 온 두 스님의 말을 엿듣고는 부친의 묘를 산 중턱에 쓴 뒤 중국 한나라로 가 천자에 올랐다는 긴 글의 전설을 읽을 수 있었다.
순하고 부드러운 하산 임도 길에는 참나무, 소나무 등 오래된 나무들이 수직으로 곧게 치솟아 늘씬한 숲으로 연초록이 더 짙어 보인다. 나무가 주는 그늘에서 등줄기 땀을 식혀 본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하산길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상쾌힌 기분과 가벼운 마음으로 여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숲. 자연이 주는 선물을 얻어가는 기분이다.
아무리 더워도 산에 올라오면 미소를 지을 수 있으니, 오늘의 늦더위도 미소만으로도 충분하지 아니한가 싶다.
내일의 산행을 위하여, ‘아침의 뜨락’ 황토마을 팬션에서 하룻밤의 단잠을 청한다. 하룻밤이 아까운 각별한 그림 같은 집에서....
산행코스
가리산자연휴양림-합수곡-가삽고개-가리산2, 3봉-정상-원점회귀(3.7km) 여름산행으로 적합
시인 이병희는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대외협력부장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문학애정 회원으로 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유명 산들을 섭렵하며 열정적인 산행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