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서 있는 시의 길이란
▲ (삽화=박소향) |
수맥 탐지자
컴퓨터의 블랙홀에 홀릭되는
그의 가슴에서 모래바람이 인다
콘크리트빌딩 숲에 갇힌 낙타는
월급봉투의 숫자에 갇힌 비좁은 틈새로
가물거리는 오아시스를 찾는다
어떠한 비도
그의 목젖을 적셔주지 못했으나
어느 날의 수행자는
그의 갈증을 노마드의 시작이라고 명명해주곤 했다
비가 되지 않는 구름의 소문 저쪽
땅이 갈라지고
새들의 행방이 길을 바꾸는 곳
태양을 달군 길에서 쓰러지곤 하는 모랫길을
그는 걸어왔다
그의 손가락으로 타전하는 신호들이
더 이상 길을 찾지 못한 어느 날 오후
비로소 땅속 습기를 찾던 나무의 이파리가
그의 손에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건조한 눈빛에서 생기가 돌았다
나무를 세워 쿵쿵 땅속의 안부를 살피는
그의 눈에도 물기가 돌았다
[시작메모]
현직에 몸담고 있는 문학인으로서 자유로운 예술을 향한 갈증을 느끼면서, 노동자로서 콘크리트 숲에 갇힌 낙타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낙타가 사막을 넘어 온 푸른 기억으로 굳은 발굽의 햇살을 반짝이며 걸어가듯이, 꿈이 있는 사람들은 희망의 빛이 미래를 밝히고 있어기에 오늘의 고단함을 견딜 수 있는 것이겠지요.
뒷모습이 아름답고 빈자리가 향기로운 사람이 되자는 모토가 월급봉투 속 숫자의 덫에 걸려 메마른 감성으로 사막이 되어가는 갈증은 아닌지 고대의 ‘수맥탐지자’를 떠올려 봤습니다.
현재의 나와 사막 저쪽의 수맥 탐지자를 컴퓨터의 블랙홀을 통해 일치 시키면서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물의 근원지를 더듬어보는 일.
오아시스가 있다는 건 누구나 믿고 있지만 사막 그 너머는 아무나 갈수 있는 쉬운 길이 아니겠지요. 진정성 있는 시를 남기고 싶은 열망으로 희망의 빛을 밝혀 봅니다.
태양이 달군 길에 햇살이 빠지곤 하는 사막을 묵묵히 넘는 수맥 탐지자의 길을 바라보면서...
시인 김영미는
2003년 문예사조에 시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경기 광주지회 9대 지부 회장 역임, 시와수상문학 감사. 시집으로 ‘지렁이는 밟히면 마비된 과거를 잘라 버린다’ 착각의시학 제1회 시끌리오 문학상, 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순암 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