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 속에 품은 별 하나 떠나보낸 어머니를 그리며
▲ 사진=이선옥 |
물무늬 아롱지는 바다에 던졌다
들었다
혼자가 된 날
뒤척이는 이불 아래
숨 삼키며 터지는 어머니의
고요한 울부짖음을
님을 보낸 아픔에 날개 접힌 듯
덩그러니 세상에 내던져 진 어머니
자신을 돌볼새 없이
부서져 버린 육신 끌어안고 잠을 청하는 날이면
붉은 독처럼 깊이 패이는 고독에
별을 가슴에 품고 밤과 새벽 사이를
뜬눈으로 잇곤 했다
지옥의 문턱을 오가며
걱정의 사슬에 묶인 채 살아 내고
서러운 낙엽 부서져라 내달리는 바람 속에서
혼곤한 낮잠으로 몽롱해진 날 어머니는
흙 속에 묻어 둔 편안을 찾아냈다
굴곡진 주름 속에 심어져 있던 별을
빛을 풀어 놓은 듯 물무늬 아롱아롱 부서지는
바닷물 속으로 힘껏 던졌다
숨 삼키며 터지던 울음이
파도에 넘실넘실 떠올랐다가
빛으로 흩어지는 바닷가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어머니.
詩作 노트
어머니는 가슴 속에 품은 별을 보냈다. 한 세상을 고독으로 휘감고 가버린 별. 그 별을 바다의 빛 속으로 던졌다. 물빛에 취한 듯 바닷가에 앉아 있는 어머니는 이제 편안한 느낌이었다.
발그레 피어 있던 분홍 꽃색이 채 바래기도 전에 님을 보내고 서러운 시간을 보내신 어머니. 흙 속에 별을 묻어 둔 채 홀로 지낸 밤들을 다 헤일 수 있을까. 가버린 님에 대한 원망도 있었겠지만, 가슴 속에묻은 그 별을 자유로운 영혼으로 보내주는 그것이 삶의 마지막 과정이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래야만 이승에서의 진정한 작별이지 않겠냐며....
마른 낙엽이 스산하게 내달리던 날. 부서진 몸을 이끌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픈 시간들을 어머니는 바다에 뿌리고 있었다. 가슴에 품었던 별 하나까지...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는 “슬픔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사랑을 배운다.”라고 했다. 그렇게 어머니는 슬픔과 고독 속에서 키워 온 그리운 사랑을 홀로 떠나보냈다.
시인 이선옥은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이사, 구립증산정보도서관 주관 시낭송대회 최우수상 수상, 서울사이버대 웹문예창작학과 졸업. 국내여행기 ‘새벽에 배낭 메고 달려간 이유’ 해외여행기 ‘낯설지만 좋아’ 수필 ‘공주로 돌아온 시간들’ 시집 ‘나의 환절기愛’ 시산문집 ‘바람 소리가 보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