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 없는 가을이 꽃보다 화려하게 지나간다
[골프타임즈=이병희 시인] 칠갑산은 아흔 아홉 골의 수려하고 깨끗한 환경, 맑은 물, 아름다운 새소리가 잘 어우러진 곳으로, 콩밭 메는 아낙네로 시작하는 국민가요로도 더 유명한 곳이다.
백제가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으로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향했다고 전해진다. 금강 상류의 지천을 바라보는 산세가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라 칠갑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설렘을 안고 높은 산이든 낮은 산이든 올라가는 과정은 힘들지만 언제나 즐겁기만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고통과 기쁨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존재하며 살아간다.
그렇다. 우리모두 60대의 황금기를 살아가고 있으며, 산을 오르면서 가슴 뿌듯한 성취감을 맛보기도 한다. 영원히 잊지 못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우리가 아니었던가.
칠갑산은 나지막하지만, 능선이 완만해 초보 산꾼들에게도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는 곳이며, 출렁다리는 청양의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가을 단풍의 백미인 아흔 아홉 골은 골짜기마다 여름을 이겨낸 초록 물결이 가을 옷으로 갈아입는다. 울긋불긋 오색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곳인데, 이번 산행은 가을단풍을 만끽하지 못한 마음을 아쉬움으로 남기며 하산의 길을 재촉한다.
겨울로 향하고 있는 지금은 마음에 풍경화를 그려본다. 가을은 나이처럼 익어가는 화려한 단풍나무들에게 마음이 끌린다 .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적한 산책로를 걸어 내려오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산과 함께인 이 순간의 맛을 여유 있게 느끼며 마냥 걸을 수 있었으면...하는 생각을 해본다.
익어가는 가을, 가을을 붙잡고, 가을을 채우는 1박2일의 여정.
아! 가을이 가는구나.
칠갑산 등산코스 7개 중 가장 짧은 최단코스 : 도림사지 11시 출발-칠갑산 정상도착 12시~13시6분 하산
슬프도록, 아름다운
산마다 붉은 진달래꽃이 필때면, 멀리 산능선에서
연분홍꽃 산떤이 오래 된 그리움으로
꽃향기가 실려온다
그리움의 중심엔
흰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밭일을 하시던 어머니가
계신다
지금도 여전히 계절이 바뀌면
시간의 수레바퀴를 자주 거꾸로 돌아보게 된다
아직도 떨쳐내지 못해 힘들었던 지난날의 기억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애끊은 노래의 가사말
애잔한 모습들이 산 산등성이에 내려앉듯
가슴에 쓸쓸하게 퍼진다.
시인 이병희는
시와수상문학 작가회 대외협력부장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문학애정 회원으로 시 문학 활동을 하면서 전국의 유명 산들을 섭렵하며 열정적인 산행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