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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대담 : 소설가 박범신2 - 작가를 통해 인생을 탐색하다

기사승인 2014.04.07  15: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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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위기가 곧 삶의 위기’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 작가들의 역할


[
골프타임즈=대담/김기은 소설가] 지난 문학 대담 : 소설가 박범신1’ 편이 박범신 작가에 대한 소개였다면 이번호부터는 소설가 김기은과 본격적인 대담의 시간이 시작된다.

김기은 : 용인에서 생활하실 때 뵈었습니다. 요즘 생활은 어디서 하십니까? 밭농사를 직접 지으신다고 들었는데.

박범신 : 그땐 명지대에 재직하고 있을 때고, 지금은 고향 논산 연무대 전방 왔다 갔다 하는 데 쯤 있어요. 일 있으면 일주일에 2~3일은 서울에 올라오곤 하죠. 논산에 있을 때가 더 많아요
집 앞에 작은 밭이 있는데, 올해는 농사를 잘 지어서 배추가 잘 돼서 김장하고 남은 것을 땅에 묻어 놓기도 했어요. 땅에 묻어 놓고 꺼내면 금방 수확한 거처럼 싱싱해요. 작은 연못이 있는데 편하고 좋아요. 여기서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소금이란 장편소설이 나왔어요.

김기은 : 머물고 계신 곳에서 소재거리를 많이 찾으시는 것 같습니다. 향기로운 우물이야기란 단편집을 읽었습니다. 골프장 이야기며, 별똥별이란 캐디 아가씨가 나오는 단편 소설들은 용인이 주로 배경으로 나오는 것 같던데요.

박범신 : 아가씨가 아니라 캐디 할머니지요. 용인을 배경으로 쓴 글이에요. 누군가 자신을 엿보는 것을 느끼고 추적하는데 젊은 여자인 줄 알았더니 할머니인 거야. 캐디할머니는 잠깐 나오고 40대 초반의 남성 화가인 가 주인공이에요. 나는 화가이면서도 그림을 그리지 못해요. ‘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애인 혜인이죠. 패션 디자이너인 혜인은 성공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이지요. 나나 혜인은 불임의 초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대는 창조적인 생산성이 거세당한 불임의 시대라고 봐요. 향기로운 우물'정수리'라는 시골 마을이 배경인데, 골프장이 생기면서 개발이라는 거대한 욕망 논리에 마을의 우물이 말라가듯 삶의 순정성이랄까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말라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오히려 요즘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골프장이 문을 닫게 되고, 일자리를 잃고 밖으로 내몰리는 캐디들이 많아요. 참 안타깝고 정말 마음이 아파요.

김기은 : 골프 잘 하세요? 공치는 모습을 TV에선가 한 번 본 것도 같은데

박범신 : 글쎄, (웃음)잘은 못하지만, 가끔 해요. 원래 시작 한 것은 오래 됐지요 잘 안쳐서 그렇지요.

김기은 : 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그 여름의 잔해로 등단하셨잖습니까? 작품이 탐미적인 느낌이던데요.

박범신 : 일종의 탐미적인 소설입니다. 관능적인 면도 있죠. 영국작가 그레엄 그린이 한 말 중에 연민의 공포란 개념이 있죠, 연민의 공포란 말하자면, 너무 불쌍하면 공포감을 느낀다는 건데, 연민의 공포라는 이미지를 모티브로 한 거죠. 초등학교 교사 시절인 20대 초반 고독과 함께 유배된 것처럼 무주에 있을 때 처음 쓴 거죠. 덕유산과 적성산 사이에 낀 벽지학교였는데, 본격적인 습작을 여기서 시작했어요.
세상에 나와 원고지 70매가 넘는 소설을 써본 게 그때가 최초였었죠. 고독과 함께 관능, 탐미에 관한 욕망, 연민 이런 것이 복합적으로 드러나 있는 소설이기도 하죠. 오랫동안 버려져 있다가, 신혼 때 집사람이 어디서 찾아냈는지, 예전에 쓴 소설 꾸러미를 찾아들고 와서는 응모하라고 해서 고쳐서 응모했죠.
사실 데뷔 때 나는 운동문학 같은 거로 무장되어 있는 청년이었기 때문에, 몇 년 전에 쓴 탐미적인 작품은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요, 응모도 안 하려고 했어요. 그때가 막 신혼 때었는데, 그때 응모했던 것이 토끼와 잠수함, 호우주의보였어요. 소외된 계층을 중심으로 한 사회 구조적인 불평등에 대한 강력한 반항적 이야기예요. 젊기도 했고, 운동권 문학이라든가 민중 문학의 흐름이 문단의 트렌드로 지나갈 때였으니까요. 집사람이 자기는 이게 감성적이고 좋은데, 만날 부자와 가난뱅이 이야기만 써봤자 되겠느냐고 이걸 한번 고쳐서 내보라고 권해서, ‘이건 소설도 아니야생각했는데 새댁이 하도 권하니까 이틀 인가 꼬박 앉아서 고쳐 응모했는데 된 거죠. 초창기 작품들이 묶여있는 토끼와 잠수함이런 것을 읽다보면 여름의 잔해는 약간 튀죠. 다른 소설엔 그런 것이 없거든요.

김기은 : 작년에 등단 40년을 맞이하셨으니, 지금까지 내신 책만 해도 엄청나실 것 같은데요.

박범신 : 작년에 소금 나올 때가 등단 40주년이 되니까 40권 째네요. 올 해로 41년이 되면서 이번에 나올 소소한 풍경까지 하면 41년 째, 41권이 되겠네요.

김기은 : 수많은 캐릭터를 창조 하셨는데 그 중에 보편적으로 아직까지 유능하게 살아오는 인물이 따로 있는지요, 말하자면 그 인물들이 다들 이 시대에도 살아서 적용이 되는 인물들인가요?

박범신 : 지금도 다 기억되고 있죠. 캐릭터라는 것은 독자의 마음속에도 기억되죠. 이름은 잊어버려도 기억되는 인물이 있죠. 책이 많이 팔린 것은 이 시대의 보편적 대중들에게 그만큼 캐릭터가 공감을 얻었다는 뜻이니까요.
나는 어느 한 시대에서만 얘기 될 수 있는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 당대뿐만 아니라 어느 사회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오늘의 이 사회에도 통용될 있는 소설을 썼어요. 아직도 횡행하게 행해지고 있는 이 사회의 부정부패라든지 그런 것들이 그대로 얘기될 수 있잖아요. 그 한 시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시대에도 이야기 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봐요. 예를 들면 불의 나라에서 너나없이 꽁무니에 불 하나씩을 매단 채 불 끌 생각은 않고 뜨겁다, 뜨겁다 비명만 지르고 있다는 백찬규의 논리가 25년이나 지난 오늘에도 유효하고, 욕망의 끝없는 확대 재생산으로 아무리 더 부자가 되도 남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뿐이고, 기득권층은 기득권층대로, 가진 자든 못가지 자든 불안하기는 다 마찬가지인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에요.

김기은 : 40권이라면 선생님이 쓰신 소설 속에서 태어난 인물들 수만 해도 상당할 텐데요, 그 많은, 어쩌면 자식 같기도 하고, 어쩌면 애인 같기도 할 그 인물들의 이름들을 아직까지도 기억 하시나요?

박범신 : 다 기억 못하죠. 하지만 더 많이 기억나는 작품들의 주인공은 있죠. 이를테면 최초의 장편 죽음보다 깊은 잠의 여주인공 다희가 기억납니다. 날 베스트셀러작가로 만들어준 작품이니까요.
이름을 지을 때 인상적인 인물의 이름을 찾다가 보니까 가나다에 희 자를 붙여보고 순자도 붙여보고 하던 생각이 나요, 그러다보니 가희도 있고, 나희도 있어요. 그 이듬해 쓴 풀잎처럼 눕다도 베스트셀러였죠. 그 남자 주인공 이름이 문도협이고, 남자 동생은 두 인물인데 정동호 여주인공은 은지에요. 당시에 종로 2가에 은지라는 일식집이 있었어요. 그 이름이 예쁘더라고요. 지금은 흔한 이름이지만 그 때만 해도 나름대로 예쁜 이름이었거든요. 백찬규, 한길수 같은 불의 나라인물들이고요, 최근엔 소설은 은교에서 은교, 이적요 등이 생생합니다. <계속>


김기은 소설가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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