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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대담 : 소설가 박범신7 - 작가를 통해 인생을 탐색하다

기사승인 2014.04.07  16: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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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위기가 곧 삶의 위기’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 작가들의 역할


[
골프타임즈=대담/김기은 소설가] 지난 호에 이어 소설가 박범신과 소설가 김기은의 문학 대담의 시간을 이어진다.

김기은 : 정말 청년 같이 사시는군요. 연세가 드신 지금까지도 문단이나 독자들로부터 늘 변함없이 청년작가라 불리고 있고, 선생님께서도 항상 청년정신을 강조하고 계시는데요, 청년 정신이란 무엇이며 청년 작가란 어떤 의미인가요?

박범신 : 청년 작가라는 것은 미완성의 작가다, 청년이라는 게 뭐겠어요. 자기 변혁에 대한 열망이 있으면 늙어도 청년이고, 자기 변혁에 대한 열망이 없이 안전한 인도만 따라서 걸으려 한다면 젊어도 노인네일 거예요. 청년 정신이라는 것은 좋은 거거든요. 내가 가지고 있는 감수성도 아직 낡지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감수성이란 원래 나이가 없는 거예요, 짐승 같은 것이기 때문에. 세월에 따라 변하는 감수성은 감수성이 아니죠.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죠. “내 안에 짐승이 있다, 늙지 않는 짐승이 있어서 그 짐승이 하는 말을 받아쓰고 있는지도 모른다내가 창년 작가란 말을 내가 받아들이는 것은 나는 죽을 때까지 현역 작가로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한 스타일에요. 나의 권위나 어떤 이데올로기의 갑옷 속에 들어가 있고 싶지 않고, 아직도 계속해서 변화해 갈 수 있는 작가라는 뜻이죠. 내가 현재진행형의 작가라고 하는 거, 그게 바로 청년다운 것일지도 모르겠죠.

김기은 : 앞으로는 어떤 쪽의 문학을 추구하고 싶으신지, 특별히 생각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박범신 : 앞으로 꼭 뭐 이런 걸 써야겠다고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어요. 이 세상이 나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 써야겠지요. 나를 건들이고 가는 것. 문학이라고 하는 것, 세상이나 시간이 자기를 건드리고 갈 때 그에 대한 반응을 개연성의 논리 안에 담아내는 것이 소설이거든요. 세상이 나를 건들고 가는 것에 대해서 반응 하는 것이죠.

김기은 : 요즘은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다루고 있나요?

박범신 : 가장 큰 것은 자본주의의 문제예요. 정교한 프로그래머를 가진 진짜 1인 천하독재지요. 우리가 다 자본주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 살고 있어요. 제정신이 아니죠. 우리 삶이 이러면 아무리 부자가 되도 행복해질 수 없잖아요. 자본주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살아야 되는 우리들, 자본주의가 모든 사람들을 이간질 시키고, 반문화를 조장시키고, 그런데 자본주의 권력은 점점 강해지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문화예술도 거기에 예속된 상태로 놓이거든요. 작가는 당연히 그것에 대해서 말해야 된다고 보죠. 우선 그게 가장 큰 문제고,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는 많잖아요. 정파주의, 세대주의, 이런 것들도 다 우리 삶을 팍팍하게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것에 대한 작가로서의 비판도 멈출 수 없는 것이죠.
또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아까 말한 늙고, 병들고, 죽어야하는 것, 우리들 마음속의 이성과 관계없이 움직이는 미묘한 오욕칠정이랄까? 우리 안에는 착한 사람도 들어있고 악한 사람도 들어있고 그렇잖아요. 그런 존재론적인 인간 본질의 문제도 역시 작가가 포기할 수 없는 거고, 한마디로 이것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죠. 작가는 현상을 보는 것만으로는 글을 못 써요. 현상 너머의 심층에 어떤 구조가 도사리고 앉아서 우리들 삶을 조종하는 가에 대해 예민하게 봐야지요. 그래야 좋은 소설이 되고 깊이 있는 소설이 나오지 않겠어요. 이런 것들이 모두 나를 건드리는 요소들이죠. 이 모든 것을 다 담아내야 합니다.
1970년대는 내 소설이 대중적이었는데 요즘의 내 소설은 오히려 비 대중적이라고 나는 보고 있어요, 늙어가면서, 오욕칠정이라고 그럴까? 어떡하면 잘 팔릴지는 나는 잘 알고 있는데, 잘 팔리는 소설을 안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김기은 : 40년간 오직 소설가로서, 문학인으로서의 오직 한 길만을 걸어오셨잖습니까. 삶을 돌아보면 작가로서의 삶에 후회는 없으십니까? 소금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니 날마다 고통스럽고 날마다 황홀하다고 쓰셨던데, 혹시 다른 직업을 택했더라면 하고 생각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박범신 : 글쎄요, 문학은 안 하면 죽을 거 같아서 하는 거예요. 쓸 때마다 쓰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에요. 작가는 무당이에요. 무당이 굿을 안 하고 작두를 안타면 몸이 더 아프거든, 쉰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에요.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단독자로서 작두날을 타는 거지요. 작가의 길은 자유로운 거예요. 일반 사람들은 모든 사물에 서열을 두지요. 뭐가 중요하고 뭐가 업신여기는 건지, 대통령을 최고로 두고 말단에는 다른 뭐가 있고, 그러나 작가에게는 모든 사물이나 살아있는 것에 각기 다른 성격은 두겠지만 우열은 없어요. 이건 굉장한 자유예요. 나는 평생을 연애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같이 있으면 좋으면서도 긴장되고, 성질 더러운 소설하고 이혼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동반자살 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벗고 싸웠다가도 죽네 사네하며 사는 거예요. 고통인 것 같지만, 결국 영혼이 원하는 대로 살아온 셈이지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고 후회는 없어요.

김기은 : 등단 후 수십 년을 오직 전업 작가로만 살아오셨는데요, 작가나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과거보다 더 많은 소비구조 속에서 엄청난 경제적 부담감을 안고 사는 우리들은, ‘소금의 선명우가 그렇듯이 자기의 꿈을 위해 올인 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작가의 삶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새겨들을 수 있는 말씀 한마디만 좀 해주시죠.

박범신 : 어려운 일이죠. 그러나 안 쓰고 있을 때조차도 내 안에서 얼마나 열렬하게 그것을 원하는지, 글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자 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면 쓰고 있다고 봐요. 문학은 인간적인 욕구를 키우는 일인데, 내면적인 욕구가 열렬하면 필연적으로 문학을 만나야지, 이것저것하면 힘들어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거니까,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평생을 포기해야하는 희생을 감수해야지, 모든 욕구를 채우면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며 문학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죠. 내가 살 길은 이 길 밖에 없고, 이게 아니면 죽는다면, 오직 하나의 선택밖에 없지 않겠어요?
특히 소설가한테는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하죠. 이를 악물고,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앉아서 써야 해요. 비행기가 머리위로 지나가도 소설가는 고개를 돌리지 말아야 해요. 젊었을 때는 책상 위에 원고지를 놓고 34일을 꼬박 그 앞에 앉아서 글을 쓰기도 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면 흐름이 깨어질까봐 두려워서 화장실도 못가고 빈 초이스 커피 병을 옆에 두고 거기에 소변을 보아가며 글을 썼죠. 그런 치열함이 있다면 다른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겠죠. 치열한 사람은 부패하지 않아요.


김기은 소설가
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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