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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사랑한 대통령] 전쟁 중에도 골프 친 부시 부자, ‘번개 골프 집안’

기사승인 2016.03.20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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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외할아버지가 미국골프협회 회장이며 워커컵 창시자 집안

▲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에 참관한 부시대통령(사진=프레지던츠컵 조직위)

부시 집안은 미국골프협회장 후손답게 골프규칙을 잘 지켰고 부자(父子) 대통령 모두가 멀리건을 멀리하고 기브도 잘 받지 않는다

[골프타임즈=안문석 작가] 부시 집안은 골프 집안이다. 41대 대통령 아버지 부시를 중심으로 보자. 먼저 그의 외할아버지 조지 허버트 워커(George Herbert Walker)가 1920년대 미국골프협회 회장이었다. 골프를 잘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싱글 골퍼였다. 그의 이름 George Herbert Walker Bush는 외할아버지의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 지금도 격년으로 열리는 미국과 영국의 남자 아마추어 대항전인 워커컵(Walker Cup) 대회가 그의 외할아버지가 창설한 것이다. 그의 아버지 프레스콧 부시(Prescott Bush)도 1935년대에 미국골프협회 회장이었다. 상원의원이었던 프레스콧 부시는 핸디캡3 정도의 막강 실력파 골퍼였다. 결국 아버지 부시도 자연스럽게 골프를 배웠고, 즐기게 되었다. 그의 아들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George W. Bush)도 골프를 좋아하고, 다른 아들 젭 부시(Jeph Bush)도 마찬가지다.

아버지 부시는 1991년 걸프전쟁 당시에도 골프를 할 정도로 골프를 좋아했다. 아이젠하워처럼 백악관 남쪽 정원에 연습장을 조성해서 퍼팅 연습을 했다. 한창때는 핸디캡이 11이었다. 미국 정부 내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은 늘 경쟁 관계에 있다. 아버지 부시 시절에도 그랬다. 군 출신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Brent Scowcroft) 국가안보보좌관과 변호사 출신인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국무장관이 외교정책의 방향을 놓고 다투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보통 스코크로프트 쪽으로 기울었다. 이유는 스코크로프트가 대통령과 자주 골프를 하기 때문이었다. 백악관 내 대통령과 지근거리에서 일하면서, 일과 후 골프장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기까지 했기 때문에 베이커가 그의 영향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필자가 방송기자를 하던 2004년 10월 워싱턴에서 스코크로프트를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는 아들 부시와 민주당의 존 케리(John Kerry)가 대선에서 맞붙어 경쟁하는 상황이었다. 대선 결과에 따른 주한미군의 변화 가능성을 물어보기 위해 그를 찾아갔다. 듣던 대로 각 잡힌 노장군이었다. 비서의 전갈을 받고 나오면서 그는 나를 혼냈다. 전화나 이메일로 의견을 묻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직접 텔레비전 카메라까지 대동하고 오면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내가 이메일에 “I would like to hear your opinion”이라고 했는데, 방송국 기자라는 것도 함께 밝혔기 때문에 텔레비전 인터뷰라 알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더 자세히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한 것은 나의 불찰임을 말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조금 망설이더니 멀리서 왔으니까 해주겠다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자신은 아들 부시와 친하지만 부시가 대통령이 되든 케리가 되든 주한미군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전통적인 동맹을 잘 지켜가는 것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3성 장군 출신으로 닉슨 대통령 시절부터 오랫동안 백악관 국가안보실에서 잔뼈가 굵은 공화당 계열의 대표적인 군사안보전략가지만, 그가 닉슨, 포드, 아버지 부시 정권에서 자신의 생각을 편 것은 전문가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부시와의 관계로 미루어 본다면 그런 능력 가운데 하나가 골프였음을 알 수 있다. 전문 지식과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그는 오랫동안 공화당 정부의 브레인 역할을 했다. 콘돌리자 라이스를 부시 집안에 소개하기까지 했다. 1989년 스코크로프트가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하고 있을 때 스탠퍼드대학에서 무기 통제 관련 세미나가 있었는데, 여기서 당시 스탠퍼드대학 정치학과 교수였던 라이스가 토론하는 것을 지켜본 스코크로프트가 그녀를 발탁해 국가안보회의 NSC의 소련·동유럽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부시에게 소개했고, 이후 아들 부시에게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스코크로프트는 워싱턴 외교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클린턴 재임 시절인 1995년 2월 클린턴과 아버지 부시, 포드 세 명의 전·현 대통령이 골프를 한 적이 있다. 대통령 세 명이 한자리에 모여 한 조로 골프를 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경우다. 여기서 부시가 사고를 쳤다. 첫 홀에서 4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문제였다. 잘 날아가던 공이 그린 근처의 나무에 맞더니 직각으로 꺾였다. 갤러리들이 운집한 곳으로 간 것이다. 이 공이 한 여성 갤러리의 선글라스에 정통으로 맞았다. 유리 파편이 왼쪽 눈 아래쪽에 큰 상처를 내 열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대형 사고였다. 조금만 운이 나빴다면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뻔했다. 이런 대형 사고를 치고도 부시는 게임을 계속했다. 그러고도 부시는 이날 92타를 쳤다. 클린턴은 93타, 포드는 100타로 끝냈다. 물론 이후에도 골프를 계속했다. 이 정도 사고를 치고 나면 정이 떨어져서 웬만한 사람은 골프를 그만둘 것 같은데 부시는 아니었다. 정치인은 그렇게 강심장인가 보다. 아니면 마약 같은 골프가 문제인가?

아들 부시도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골프를 좋아한다. 달리기도 좋아하지만 골프도 그 못지않게 좋아한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전쟁을 하고 있을 때 워싱턴 외곽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골프를 치다가 언론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2003년 8월 바그다드에 파견된 유엔특사가 유엔사무소 폭탄 테러로 사망하자 골프를 중단했다. 이후 임기 중에는 골프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임기 중 골프 횟수는 24번밖에 안 된다. 하지만 임기가 끝난 다음에는 다시 시작해 요즘도 골프를 즐긴다. 핸디캡은 한창때 15 정도였다. 그의 아버지는 11 정도였는데, 그보다는 좀 떨어진다. 물론 요즘은 핸디캡 15도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 그의 나이도 벌써 69세다.

부시 집안은 성질이 급해 골프도 빨리 친다. 아버지 부시의 외할아버지 조지 허버트 워커와 아버지 프레스콧 부시의 빠른 골프 스타일이 후대로 내려오면서 정착되었다. 아버지·아들 부시가 18홀을 도는데 1시간 42분밖에 안 걸린 적도 있다. 그래서 부시 집안의 골프를 ‘번개 골프’라고 한다. 젭 부시도 집안의 전통에 따라 번개 골프를 한다. 2015년 1월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골프 시합에 나갔는데, 2시간 반 만에 끝냈다. 더욱이 게임에서 승부가 안 가려지고 동타가 나와 한 홀을 더 했는데도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여러 가지 골프 특성도 유전인지 모른다. 그래서 사람을 정확히 알려면 같이 골프를 쳐보라고 하지 않는가.

부시 집안은 규칙을 잘 지키면서 골프를 한다. 미국골프협회장의 후손들이니 규칙을 잘 지키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부자(父子) 대통령 모두가 멀리건을 멀리하고 기브도 잘 받지 않는다. 멀리건은 가끔 첫 티샷할 때 받는 일이 있을 뿐이다.

안문석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출처 : 대통령과 골프에서 발췌, 저자 안문석 / 도서출판 인물과사상사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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