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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스타톡톡] ‘원죄’ 이현주, 27살에 15살 연기 도전? 어려움 없었다

기사승인 2017.10.17  08: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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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는 변신을 거듭하는 카멜레온, 쉼 없는 배움과 노력의 산물+세월 뛰어넘기

▲ 27살에 15살 연기 도전한 이현주, 극중 인물이 겉모습은 15살이지만 정신 연령은 27살이란 감성을 연기했다

동안 연기는 타고난 바탕에 배우의 철저한 작품 분석과 동화되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비로소 완성...이현주 ‘소름 돋게 하는 배우’ 명품연기 찬사

[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배우(俳優)는 사전적 의미로는 “연극이나 영화에 출연하여 연기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매체(영화, 연극, 텔레비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들은 모두 극중 인물의 배역을 연기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극중 인물의 배역을 잘 연기하면 ‘명품연기’란 찬사를 받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발연기’라며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상업성이든 예술성이든, 연출자들이 말하는 작품 성공의 핵심 키워드는 ‘캐스팅’이다. 극중 인물의 배역들이 작품 속 캐릭터를 잘 소화해 존재감을 드러내면 그 작품은 성공한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작업은 연출자의 몫이다. 연출자 자신만의 작품 분석과 해석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배우에게는 연기하고 싶은 배역이 있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 넘치는 배역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 연출자는 물론 대중은 어떤 배역도 잘 소화해내는 배우를 원한다. 그런 배우에게는 ‘변신의 귀재’, ‘만능 연기자’같은 수식어가 붙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드디어 ‘스타’의 자리에 오른다.

천민에서 귀족으로, 조폭에서 사회사업가로, 북한군 장교가 남한의 지도자로, 거리의 여인에서 대학교수로, 운동선수에서 시인으로, 사기꾼이 섬마을 선생님으로 끊임없이 배우는 변신을 거듭한다. 이 변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쉼 없는 배움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대중이 스타 배우에게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우는 당연히 극중 캐릭터에 맞도록 연기하고 변신해야 한다. 그런데 스타급 배우들도 한목소리로 동의하는, 배움과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변신이 존재한다. 바로 ‘세월 뛰어넘기’이다. 실제 나이보다 지나치게 ‘늙은’ 역할을 한다거나, 지나치게 ‘어린’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실제보다 ‘어린’ 캐릭터는 연기 연륜으로도 감당하기 어렵다.

실제보다 나이 많은 캐릭터는 의상, 액세서리, 머리 손질 등 코디네이팅으로 매칭이 가능하다. 여기에 고도로 발전한 특수분장을 덧입히면 10대 연기자의 70대 노인 변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 반대의 경우는 특수분장으로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배우의 체형이나 변성이 된 목소리 등을 고려할 때 변신이 어렵다는 것이 연출자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이때 첫 번째로 고려되는 조건이 ‘동안’(童顔)이다. 동안은 나이든 사람이 어린아이와 같이 천진스러운 얼굴을 가지고 있을 때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20대 후반으로 주연급이 캐스팅된 하이틴 드라마는 ‘애늙은이’ 화면 때문에 시청자의 원성을 듣기도 하는데, 이는 ‘동안’배우 찾기가 어려워 생기는 현상이다.

실제 나이에 맞는 중고생 배우로 캐스팅이 이뤄지면 문제가 없으나, 작품이 요구하는 연기력을 그들의 일천한 연기력으로 소화가 어렵다는 난제가 뒤따른다. 그래서 ‘동안’배우는 언제나 인기다. 연기자 자신도 ‘동안’을 유지하기 위해 미용술을 동원하고. 메이크업 기술도 터득한다. 하지만 동안 연기는 타고난 ‘바탕’에, 배우 본인의 철저한 작품 분석과 이에 동화되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최근 영화가에 이 어렵다는 ‘동안 배우’가 등장, 성공적 신고식을 치러내 화제다. 종교계와 갈등을 빚으며 개봉을 앞둔 영화 ‘원죄’(감독 문신구)의 주연 이현주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나이 27살. ‘원죄’에서 그가 연기한 배역상 나이는 15살이다. 거의 인생의 절반을 ‘꺽기’연기로 소화해냈다.

이현주는 상명대학 예술대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졸업과 동시에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배우 5년차이다. 그동안 수십편의 연극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차세대 주연배우로 주목을 받아온 유망주. 이번 ‘원죄’출연은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그를 스카우트한 문신구 감독은 “첫 눈에 이 배우다”란 확신이 섰고, 그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이현주는 ‘원죄’에서 선천성 소아마비 장애인인 아버지(백승철)와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15살 난 딸, 그것도 뇌전증(간질병)을 앓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소녀가장을 연기했다. 딸이 없으면 밥 한끼 제 손으로 해결 못하는 아버지와 돼지우리 같은 쪽방집에서 살아야 하는 끔찍한 배역이다. 학교는 물론 포기했고, 생계유지를 위해 부둣가에서 생선 배달 리어카를 끌어야 하는 15살 소녀의 연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지닌 부녀, 자기만 살겠다고 가출을 한 정상인 어머니, 매일 밤 아버지의 한 맺힌 짐승 울음소리를 들으며 파김치가 된 몸으로 잠을 청해야 했던 15살 소녀는 드디어 신에게 도전한다. “무엇이 원죄란 말이냐”는 물음을 던지며 “하나님은 나를 심판하고, 나는 그 하나님을 심판한다.”라고 신에게 저항한다.

결국 15살 소녀는 아버지의 삶과 함께 자신의 짧은 생을 스스로 결정한다. ‘원죄’가 신이 준 멍에라면, 그 멍에를 인간 스스로가 벗어버리겠다는 결정이다. 아버지와 딸의 죽음이 그 결정을 뒷받침한다. 이 무모하고 발칙한 극의 메시지를 15살 소녀에게 짐 지운 연출자의 용기 또한 개봉 전부터 입방아에 오르는 건 당연하다.

이현주의 15살 소녀 연기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인 김정겸 한국외대 교수는 “한마디로 소름 돋게 하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김교수는 이어서 “타고난 동안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철저한 배역의 캐릭터 분석과 그에 동화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표출할 수 없는 소녀 연기였다”라고 덧붙였다.

주위의 찬사에 대해 이현주는 “27살에 15살 연기 도전? 어려움은 없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15살 연기를 결정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극중 인물이 겉모습은 15살이지만 정신 연령은 27살이란 감성을 지니고 연기하면 된다라고 말씀하시더라. 그 캐릭터가 대학생활 내내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배우를 고집해온, 반드시 대중에게 사랑받는 연기자로 성공하겠다는 제 신념과 어울린다는 말에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전했다.

‘동안’은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동안 외모의 비결에 대해 이현주는 “주변 사람들이 놀랄 정도의 동안 외모를 가지고 계신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것 같다.”라며 부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7살 배우의 15살 ‘명품연기’가 담긴 영화 ‘원죄’는 오는 12월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윤상길 컬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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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상길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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