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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97회] 도서관 가는 길

기사승인 2022.10.06  08: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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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도 만나고 삶도 나누고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햇살이 한 움큼 쏟아진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뒷정리 하고 나니 한 낮이다. 도서대출 반납일이라 책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도서관 가는 길은 여러 가지다. 차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15분에서 20분이면 주차장 도착한다. 운전자가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늘 이용하는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해본다. 산을 끼고 돌아야 하니 버스 타고 세정거장 가서 길 건너 환승 한다. 다시 세 정거장 가서 내린 자리에서 환승 하여 세 정거장 지나 내린다. 그곳엔 차편이 없으니 한 정거장을 걸어서 도서관 도착. 버스 시간이 잘 맞으면 3~40분인데 버스배차시간에 따라 한 시간도 걸린다.

그래서 주로 이용하는 방법은 산길을 택한다. 지름길이기도 하지만 운동도 하고 산림욕으로 햇살과 바람과 나무들과의 만남, 땅을 즈려 밟으며 산책한다. 빠른 걸음으로는 15분, 느긋이 바람과 속삭이며 햇살바라기 해도 삼십 분. 최고의 선택이다.

도서관 가는 길에 계절을 만난다. 새싹 피었는가 했더니 울창해지고, 이젠 열매가 여무는 가을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새들의 합창과 벌레들의 아우성. 하늘과 구름과 바람의 잔치. 숲 속엔 도깨비도 놀란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와 새들의 푸드득 날개소리.

야생화 책 한 권이 여기 있다. 빨간 열매를 송글송글 매단 여귀풀, 하얀 꽃잎을 피웠던 고들빼기는 솜 뭉치를 날리고 있다. 어릴 적에 들판에 바랭이 한 자락 뽑아 구부려 우산 만들고 조리 만들어 놀았다. 참새귀리, 그령, 비노리, 솔새, 개밀, 이름하여 잡초들이다.

들판엔 온갖 풀들이 씨방을 여느라 분주하다. 밤송이가 굴러다녀 잠시 멈춰서면 귓가에 모기가 엥엥 사이렌 분다. 청바지도 뚫는 밤 숲에 무법자 까만 모기. 후다닥 멈춘 걸음을 서두른다. 밤 따려다 호되게 당한 기억이 난다.

자, 오늘은 누굴 만날까? 쉬운 남자, 편안한 여자, 깊이 있는 사색가를 만나볼까? 누구든 나를 기다려주고 나의 손길과 마주하길 원한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배움을 주며 끝없는 상상으로 초대한다.

발칙하며 귀여운 상상, 엉뚱하며 기막힌 상상, 통쾌하며 눈물 쏟는 상상 속에 설렌다. 그야말로 보물단지다.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다.

가을이 주는 풍경에 마음을 뺏기고 상상 속에 시간을 잃어버려도 좋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서고에 꽂힌 책들이 아우성이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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