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노경민의 샘터조롱박 98회] 다시 쓰는 편지

기사승인 2022.10.13  08:59:23

공유
default_news_ad1

- 기다림이 가져다주는 행복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고 어느 시인은 읊조린다. 노오란 은행잎 가로수 길에서 바람에 날리는 은행잎 보며 우체국 앞에서 너를 기다린다고 어느 가수가 노래한다.

편지를 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때 국군장병에게 얼굴도 모르고 관등성명도 모르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아 위문품 주머니 안에 보내는 위문편지를 썼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 내려갔던 편지. 제대를 앞둔 병장에게서 처음 쓴 편지의 답이 왔다. 조금 더 자라 고등학교 학교 교지 뒤에 실린 펜팔란에서 지방 친구를 찾아 편지를 띄웠다.

펜대에 펜촉 꽂아 잉크병을 열어놓고 한 줄 쓰고 잉크 찍어 쓰던 편지. 멀리 있어서 더 애틋하고 궁금하던 시절, 사진 한 장 보내달라는 애절함을 이리저리 피하며 결국은 만나기로 약속한다. 얼굴도 모르니 서로의 신호로 목에 스카프를 매고 나가노라고, 교련복을 입고 오겠다는 지방학생. 멀리 오는 모습에 놀라 스카프를 풀어 가방 속에 넣고 모른 척 한다.

세월은 흘러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모든 것이 통하는 첨단시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채팅 방이 열리고 쪽지가 모니터 속에서 날아다닌다. 모니터속도 갑갑하다고 오프라인 하 잔다. 그렇게 만나보지만 그도 마찬가지다.

만남은 상상을 무너뜨리고 상상 속의 상대는 모든 걸 포용하고 패션모델 같기만 하더니 드러난 실체는 늙어가는 중년. 동호회도 카페도 넘쳐나는 사람들로 우르르 몰려다니며 시간재촉이다. 잠시를 기다리지 못하고 카톡카톡, 메시지가 날아오고, 당장에 휴대폰으로 가고 있으면서도 어디냐고 묻는다.

세월은 그렇게 모든 걸 바꾸어놓았고 자판 두드리기도 지쳐갈 즈음에 다시 만난 편지쓰기. 그야말로 하늘이 파랗고 뭉게구름 두둥실 떠가는데, 그 마음을 잡아 오랜만에 편지지를 꺼내놓고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우표를 붙이고 간간이 있는 우체통을 찾아 편지를 밀어 넣고 기다린다. 소통되는 편지야말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 세상이 변해도 편지는 손으로 써야 제 맛이고 기다림에 행복이 묻어난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