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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하의 시詩시時 때때로 30회] 진달래가 피면

기사승인 2024.03.27  0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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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알리는 꽃 속에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골프타임즈=지소하 시인] 계양산과 장미원 둘레에 조성된 산책길에는, 적당한 높이까지 무장애 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걷기 힘드신 어르신들과, 불편한 분들을 위해 설치해 놓은 고마운 길이랍니다.

이 길에서 유모차를 끌고 아기와 함께 산바람을 맞으며 걷는 엄마의 모습은,  흐뭇하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무릎이 부실한 나는 오르막길이 온통 계단으로 이루어진 계양산 정상까지 오르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입니다.

무장애 길 산책로를 이용해 산의 둘레만 돌고 있답니다. 나를 위한 길 같기도 한, 이 길을 만들어 준  수고에 고마운 마음을 품으며 말입니다.

점심시간 틈을 이용해 무장애 길이 끝나는 임학정까지 산책하는 게 요즘  하루 일과가 되었어요. 한낮의 햇살을 받은 진달래에 봉오리가 맺혀 있고, 피어 있는 꽃도 보았어요.

세상의 온갖 봄소식이 들려와도 봄이라는 계절을 느끼지 못하고 데면데면 굴고 있는 내게, 진달래는 봄이 왔음을 느끼게 해 주는 첫 번째 꽃입니다.

계양산은 많지는 않지만 적당한 군락을 이루며 피는 진달래가 아름다운 산이에요. 진달래에 반해서 계양산을 ‘진달래산’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다가오는 식목일 즈음이면, 팔각정 옆 바위산에 진달래가 절정을 이룰 겁니다.
그 참꽃 흐드러지면 귓가에 이명처럼 내려앉을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마음은 벌써 설레발로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달래가 피면

때가 됐나 봐 걸음 멈춰지고
먼 곳 향하던 시선 멈추는 걸 보니

꽃 따러 가자

아른거리다 환청처럼 들리는 소리에
까마득한 속살들이 다가오네

100kg 쌀부대 자루를 하나씩 옆구리에 끼고
분홍 일색으로 뒤덮인 앞산을 오르고는 했어
두견새며 두견화라 불린다는 것은
애초에 몰랐었고
꽃도 그리 좋아한 게 아니었어
소쿠리에 소담하게 담아놓고
화전을 부칠 일도 아니었고
그저 꽃술을 담그기 위해
부댓자루에 꾹꾹 눌러가며 가득 따고는 했었지

달달한 향기에 취해
한 움큼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
향기만큼 달콤한 맛에 반하기는 했지

분홍의 노을이 서녘에 걸릴 때쯤
김장독보다 큰 장항아리에 담길 때를 기다리며
널린 꽃들이 물빛을 담고 환히 살아나는 바람에
이름 모를 아련함을 담고
애틋한 가슴을 꼬오옥 부여잡기도 했지.

별스러운 것 없는 그저 그랬었다는 얘기야

때가 되면
그리운 이에게 편지는 쓰지 않더라도
눈 들어 보는 그림자가 아른거려
가슴은 소란스레 들썩거리고
꽃 따러 가자는 말이 듣고 싶어서인지
귀는 연일 근질거려 손을 타곤 해

시인 지소하
디지털 크리에이터, 삽화가, 캘리그라퍼. 출판·편집 디자인팀 ‘하솔’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문학 사랑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시집으로 ‘우연처럼 뜬금없이’ 동인지 '세모시' 등이 있다.


지소하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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