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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송영한, 어린왕자,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

기사승인 2016.02.08  00: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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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BC 싱가포르오픈에서 세계 최강 무릎 꿇리고 데뷔 첫 승

▲ 송영한 우승을 확정 짓고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우승했을 뿐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변함없으며 조급함이 없어지고 편한 마음이 든다는 점이 다를 뿐...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어린왕자 송영한(25, 신한금융그룹) 우승! 세계 최강 조던 스피스(23, 미국)를 무너뜨리면서 자연과 싸우는 법도 배웠고 자신감도 회복했다.

사실 그 누구도 SMBC 싱가포르오픈에서 송영한의 우승을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출전 선수의 기량들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가 그랬고, 지난해 유러피언투어 신인상 안병훈(25, CJ오쇼핑), JGTO투어 5승에 상금왕까지 거머쥔 김경태(30, 신한금융그룹) 등이 모두 우승후보였다.

시즌 개막전에서 데뷔 첫 우승의 영광을 안은 송영한은 인터뷰에서도 “어쩌다보니 이겼네요. 그래서 골프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이제 골프가 더 좋아질 것 같아요”라고 우승 소감을 덤덤하게 말했다.

단 한 번의 우승으로 세계랭킹도 204위에서 113위로 상승했다. 한국 선수로는 안병훈(27위), 김경태(66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순위다. 오는 8월 리우올림픽 참가 가능성도 올라가고 있다.

송영한을 골프팬들은 어린왕자라고 부른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던 아버지(송말호, 57)를 따라 부대 내 골프연습장에서 장난삼아 골프채를 휘둘렀다. 그때가 5살 무렵이었다. 어머니(유옥녀, 56)는 “영한이가 아빠 따라 골프연습장에도 가곤 했는데 골프채를 사줬더니 잘 가지고 놀더라”고 회상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축구와 사랑에 빠졌다.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면서 유소년 축구교실(서울 용산구)에서 축구도 배웠다. 그러나 좋아하는 친구와 축구와도 헤어지게 된다. 아버지가 군인인 까닭에 잦은 이사가 이유였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전으로 이사하고 서울로 갔다가 다시 대전으로 이사할 때가 영한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어머니는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골프연습장을 가서 엄마 채로 몇 번 스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 2014년 매일유업오픈 시 송영한 팬 사인회 모습

환경변화에도 영한이의 성격은 활발하면서 오히려 산만하다고 느낄 정도였지만 골프를 시작한 뒤 침착함과 집중력이 높아졌다. 중, 고등학교 시절 송영한은 골프에 푹 빠져 살았다. 계룡대 골프연습장에서 묵묵히 연습만 했다.

어머니의 고민은 아들의 작은 키가 늘 고민이었다. “연습타석에 1.5리터 우유가 놓여 있으면 영한이 자리라고 주변에서 말할 정도로 우유를 많이 먹었다. 승열(노승열)이 아버지가 철봉에 매달려 있으면 키가 큰다고 해서 철봉에 종일 매달려 있기도 했다”고 했다.

우유의 효험이 통했을까, 아버지(168cm), 어머니(155cm)에 비해 179cm까지 자랐다. 학창시절 드라이브 거리가 고민이었다. 중3 때 노승열(25, 나이키), 김우현(25, 군복무중)과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된 송영한의 꿈은 국가대표였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드라이브 거리를 좀더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연습하다 허리에 이상이 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는 “영한이의 허리를 낫게 하기 위해 안 가본 병원이 없을 정도였다. 그 때 슬럼프를 겪으며 많이 힘들어 했다”고 했다.

▲ 2015년 KPGA가 간다에 김인호, 김태훈(우)과 송영한(좌)

이후 한국체육대학교에 진학한 송영한은 인생의 터닝포인트 박영민 교수를 만나게 된다. 중, 고등학교 때까지 골프를 숨막히는 전쟁처럼 생각하던 그에게 숨을 고르는 여유와 심리적 안정을 처음 안겨주었다.

친구들이 프로로 전향할 때 송영한은 KPGA 프론티어투어의 문을 두드린다. 3부 투어로 KPGA가 주관하는 대회 중 가장 하단에 있는 투어다. 가장 아래부터 시작한 송영한은 2011년 KPGA 프론티어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3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그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3라운드까지 2위와 4타 차 선두로 첫 승 기회를 잡았지만 마지막 날 2타를 잃고 이창우(23, CJ오쇼핑, 당시 아마추어)에게 우승컵을 내줬고,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 김도훈(27)과 연장 접전에서 1.5m 버디 퍼트가 컵을 돌고 나오면서 무릎을 꿇었다.

송영한은 데뷔와 함께 신인상(명출상)을 수상했고 2015년에는 JGTO(일본프로골프투어)에 데뷔 역시 그해 JGTO 어워드 신인상 수상을 거머쥐었다. 데뷔와 동시에 한일 신인왕을 차지했다.

신인인 송영한에게 우승과의 인연은 멀었다. 한일 양국에서 우승없이 준우승(2013~2015)만 6번<JGTO 던롭 스릭슨 후쿠시마오픈, JGT챔피언십 모리빌딩컵 시시도힐스(2015), KPGA 제1회 매일유업 오픈(2014),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 KPGA 동부화재 프로미오픈(2013), 인도네시아PGA챔피언십(2013)> 기록했다.

최종일 무너지며 우승과 거리가 멀어지자 주위에서 멘탈이 약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약자에게 보내는 위로의 말이라고 흘려보내기에는 아픔이 남았다.

▲ SMBC 싱가포르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차지한 송영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안겨준 SMBC 싱가포르오픈을 TV중계로 지켜본 어머니는 “아들의 표정이 달랐다. 예전의 불안했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자신감이 넘쳤다.” 고 전하면서 “영한이가 이번에 우승 못하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했는데 우승해서 너무 자랑스럽고 기쁘다. 우승한 뒤 전화 통화에서 이를 너무 꽉 물고 쳐서 경기 끝난 뒤에 입이 아프다고” 감동을 전했다.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주위 분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이며 신한금융그룹과의 재계약(2년)이 심적으로 안정감을 주었다고 했다.

송영한은 “그토록 기다리던 우승을 차지했지만 한타한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다. 조급함이 없어지고 편한 마음이 든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현재 KPGA 코리안투어가 많이 위축됐는데 첫 우승도 한 만큼 골프 활성화를 위해 국내대회도 많이 참가 여러 타이틀을 획득하고 싶다”고 시즌 각오를 전했다.

송영한은 재능기부 활동에도 적극적이고 팬들과의 만남을 즐거워한다. 공군 대령으로 예편한 아버지의 가르침 ‘바르게 살아라’를 항상 생각하며 먼저 인사하는 습관도 몸에 배어 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가 한 말이다. 여섯 번의 준우승을 딛고 정상에 오른 송영한은 어린왕자의 말처럼 사막 속에 숨어있는 우물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에 그 결실을 맺었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공군 비행기 조종사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어린왕자 애칭을 가진 송영한의 아버지도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다.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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