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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골프 심리학] 더 잘하려고 하는 마음

기사승인 2016.04.10  15: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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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전을 연습처럼, 연습을 실전처럼...실전이나 연습이나 마음 상태는 변함없어야

평소 안하던 행동을 시합이라고 목적으로 행한다면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욕심의 시작’이다

[골프타임즈=이종철 프로]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어찌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마음에서 무엇이 실수인지를 모르게 된다.

골프를 잘 한다는 것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확성이 관건이다. 필드 위에서 ‘정확성’이라는 것은 지상 최대의 과제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몸이나 마음이나 자신도 모르게 ‘더 정확하게, 더 완벽하게’를 갈망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마음이 그 자체로 욕심이고 불필요한 집착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5m 앞에 바구니를 두고 골프공을 던져보라. 10개를 던지면 적어도 다섯 개 이상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은 동작이다. 평지 1m 길이의 퍼팅을 시도해보라. 10개를 해보면 적어도 다섯 개 이상은 홀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모두 성공할 수도 있을 정도로 이보다 더 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쉬운 일, 아무런 대가와 상금이 걸려있지 않는다면 별 생각 없이 잘 해낼 수 있다. 특별히 잘하고자 할 이유도 없고, 더욱 잘해보겠다고 노력한들 특별히 신경 쓸 것도 없다.

기억하라! 이것은 연습이다. 그러나 만약 우승상금 3억원이 걸린 한국오픈을 공 던지기, 1m 퍼팅으로 한다고 생각해보라. 140여명의 출전 선수들이 줄을 지어 한 사람씩 하는 것이다. 그대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 것 같은가? 조금이라도 잘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눈앞에 3억원이 아른거리지 않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욕심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더 잘해보려는 마음이 피어나는 것이다. 바구니의 위치를 한 번 더 상기할 것이고, 발 딛음을 새로이 할 것이며, 공 던지는 자세를 마치 빈스윙 하듯 연습을 할지도 모른다. 1m 퍼팅이라면, 평지임에도 불구하고 경사를 한 번 더 볼 것이고, 빈스윙 역시 평소보다 더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끌 수도 있다.

기억하라! 이것은 욕심으로 가득한 실전이다. ‘실전을 연습처럼 하라’는 말은 이와 같이 자신도 모르게 변하는 마음을 다잡으라는 것이다. 반대로 ‘연습을 실전처럼 하라’는 것은 꿈틀대는 욕심에 사전 대비하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욕의 경지에 이른 선수는 실전이나 연습이나 마음의 상태는 변함이 없다. 행동에도 변함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실전이라고 해서 연습 때 안하던 것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령 시합이라고 유별나게 컨디션 조절에 신경 쓴다든지, 시합이라고 열심히 클럽을 닦아 놓는다든지, 시합이라고 의상에 특별하게 신경 쓴다든지, 시합이라고 음식을 가린다든지, 시합이라고 골프백을 정리한다든지. 이렇게 평소에 ‘안하던 짓’을 시합이라고 그 무엇을 행한다면 이것이 바로 욕심의 시작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것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욕심’의 일부이다.

욕심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게임을 망치는 심리적 원료이다. ‘좀 더 가까이, 좀 더 멀리’ 속삭이는 악마의 유혹이 마음 한편에서 살랑살랑 손짓을 한다. 이번 시합에 잘해보고자 다짐한 선수는 그 손짓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그 경계를 넘나든다. 그리고 행여 실수라도 할까 노심초사 걱정이다. 한두 번의 실수는 스코어에 큰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이없는 실수가 스코어 상실로 연결된다면 한순간에 몰아치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어이없는 보기, 하지 말아야할 보기, 이런 플레이가 용납할 수 없는 실수라 여겨진다면 선수는 극도의 분노에 휩싸인다. 채를 땅에 마구 찍고 싶어지고, 채를 무릎으로 부러뜨리고 싶어지고, 해저드로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렇게 참을 수 없는 분노의 원인을 알고 싶다면 ‘무의식에 있는 나’를 이해해야 한다. ‘무의식에 있는 나’는 생각한다.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런데 어쩌면 그 욕심을 채울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가능성을 느끼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음의 두려움, 불안이다. 그리고 예민한 상태에 이르고 급기야 분노를 터트리고 만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라.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하게 되면 울음부터 터트린다. 욕구불만으로 인한 분노는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습성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다스리자’ ‘마음을 비우자’는 말은 ‘더 잘하려는 마음’을 조금도 갖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살랑살랑 꼬리치는 조그마한 욕심마저도 그 끄나풀에 단도를 내리찍는 것과 같다. 도살장에 개 끌려가듯 시합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는, 그런 게임을 해보지 않았던가? 이러한 상태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조그마한 욕심’에서 비롯된 자포자기의 상태인 것이다.

1995년도에 개봉한 미국의 탈옥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았는가? 자유와 억압된 삶속에 인간의 고뇌를 그린 감동적인 영화이다. 잠깐 영화 소개를 해보겠다.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슨)은 바람피운 아내와 아내의 남자를 모두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20여 년 동안 탈출을 준비해온 앤디는 교도소에서 만난 친구 레드(모건 프리먼)를 뒤로하고 천신만고 끝에 탈옥에 성공한다. 교도소에 남은 레드는 앤디로부터 자유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받고 훗날 태평양의 평화로운 해변에서 재회를 약속한다.

내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은 장면은 자유를 갈망하는 한 수감자(레드, 듀프레인의 친구)가 가석방 심사를 받는 두 번의 장면이다. 한 번은 마음을 비우지 못해 ‘부적격 판정’을, 또 한 번은 마음을 비워 ‘적격 판정’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함께 감상해 보라.

30년 만에 찾아온 첫 번째 가석방 심사장면
30여년 복역한 레드는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가석방의 기회에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먹는다. 자유를 꿈꾸며, 레드는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심사위원 앞에 선다.

심사위원 : “앉아요. 당신은 종신형 중 30년을 복역했군요. 이제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됐나요?”

레드 : (미소를 띠며 진심어린 모습인양) “네 그렇습니다. 분명합니다. 정말 새 사람이 됐습니다. 더 이상 위험한 존재가 아닙니다. 신께 맹세합니다. (애처로운 듯한 표정으로) 완전히 교화됐습니다.”

그러나 레드는 가차 없이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

10년 후 다시 찾아 온 두 번째 가석방 심사장면
교도소의 어느 날, 레드는 한 통의 엽서를 받는다. 하지만 엽서에는 아무런 글씨가 없었다. 오직 지역을 알려주는 소인만 찍혀 있을 뿐이었다. 탈옥에 성공한 친구 앤디가 국경을 넘어 태평양을 향해 가고 있음을 알리는 엽서였던 것이다. 지도를 보고 있던 레드는 자유를 찾아 질주하는 앤디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통쾌한 듯 웃는다. 태평양의 아름다운 해변, 상상만 해도 행복한 질주에 레드는 그저 웃기만 한다.

레드는 가석방 심사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자유라는 달콤한 유혹에 얼마나 이 교도소를 나가고 싶었겠는가? 아름다운 해변에서 한가롭게 휴식하고 있는 친구 앤디를 얼마나 만나고 싶었겠는가? 이런 소망을 생각한다면 가석방 심사는 이 얼마나 절실한 기회이던가?

그러나, 레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섯 명의 가석방 심사위원이 앉아 있는 테이블 앞에 선다.

심사위원 : 앉으십시오.

레드는 불만이 있는 듯 약간 삐딱하게 앉는다.

심사위원 : 당신은 40년을 복역했군요. 교화됐다고 느낍니까?

레드 : 교화요? 어디 생각해 봅시다. 난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

심사위원 : 사회에 복귀할 준비가 됐다는 뜻…(레드가 말을 끊는다.)

심사위원의 말을 끊은 레드는 뭔가 강조하듯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레드 : 자네가 생각하는 말은 아네, 젊은이, 내게 그건 그저 꾸며낸 말이야. 정치가들이 만들어내 말이지. 당신 같은 젊은이가 넥타이 매고 양복 입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진짜 알고 싶은 게 뭐요? 내가 지은 죄를 뉘우쳤냐고?

심사위원 : 그렇습니까?

레드 : (전혀 긴장한 내색 없이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은 잇는다.) 후회를 느끼지 않은 날이 없소. 그래야 한다고 당신이 강요했기 때문은 아니요. 옛날의 나를 돌아보지. 젊은 바보 녀석이 끔찍한 죄를 저지른 거야. 그 놈과 말하고 싶어. 정신 차리라고 하고 싶어. 지금 현실을 말해주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지. 그 젊은 녀석은 오래전 없어지고, 이 늙은 놈만 남았어. 그렇게 살 수밖에 없어. 교화라고? 그건 다 헛소리야. 자넨 부적격 도장이나 찍고 내 시간 그만 뺏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난 관심 없어! (레드는 팔짱을 끼고 초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레드는 예상과는 달랐다. 심사위원들한테 초연하고 담담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오히려 건방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레드는 마침내 가석방 심의위원회를 통과하였다. 가석방이 승인된 것이다. 꿈에 그리던 자유와 함께, 레드는 40년 동안의 옥중 생활을 마감하고 출소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태평양의 아름다운 해변에서 레드와 앤디의 극적인 재회로 막을 내린다.

자유, 희망, 친구, 우정, 뜨거운 포옹, 아름다운 해변, 끝이 없는 수평선, 이 영화의 마지막 신(scene)은 감동의 바다 그 자체, 최고의 앤딩(ending) 장면으로 손꼽힌다. 더 반듯하고, 더 성실한 자세 그리고 더 잘 보이기 위한 레드의 첫 번째 태도는 심사위원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심사위원이 보기에 교화가 안 된 것일 수도 있고, 레드의 진심이 전달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결과는 부적격이다.

반면 두 번째 장면에서는 태도가 바뀐 레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소 거만하게 다소 떨떠름하게. 심사위원에게 잘 보이려는 태도 따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쇼에 지나지 않은 가석방 심사에 애당초 마음을 비운 것이다. 가석방이 되는 것을 조금도 바라지 않으니 두려울 게 무엇인가?

잔디위에서 실수를 두려워하는 자신의 모습과 견주어 보라. 좀 더 잘해보고자, 더 정확하게, 더 반듯하게, 더 섬세하게,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과 비교해 보라. 레드의 태도가 영화 속에 이야기만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면 그대는 아직도 성장할 수는 여지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종철 프로
한국체육대학교 학사, 석사 졸업, 박사과정(스포츠교육학, 골프심리 전공)
現 서경대학교 예술종합평생교육원 골프과정 헤드프로
現 영국을 입다! European Neoclassic 위프와프골프 소속프로
前 한국체육대학교 골프부 코치
前 골프 국가대표(대학부) 감독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골프심리상담사

이종철 프로|forallgolf@naver.com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출처 : 골프, 마음의 게임, 저자 이종철 / 도서출판 예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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