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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사유(思惟)의 창 5회] 작은 세상 들여다보기

기사승인 2019.02.12  06: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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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항아리 속 작은 물고기와 같을지…

[골프타임즈=전미야 작가] 사람들의 하루 일과는 단순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것들이 많다. 매일 똑같이 되풀이되는 일들이지만 그러면서도 사실상은 하나하나 다르기도 하다. 어제와 똑같지만 어제는 아니라는 얘기쯤 될까?

아무튼 매일 되풀이되는 내 하루 일과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베란다의 화초들을 가꾸기와 거실 한쪽에 제 나름의 세상을 마련하고 들어앉은 물고기들 들여다보기이다. 그 가운데서도 물고기 들여다보기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곤 한다.

그 작은 물고기, 굳이 말하자면 열대어인 구피를 기르게 된 것은 친구로부터 다섯 마리를 선물 받으면서였다. 제대로 기를 수 있을까 싶어 주저되기도 했으나 어렵지 않다는 말에 거창하게 수족관 같은 것들을 갖출 필요도 없이 나름의 운치도 있을 것 같아 웬만큼 한 항아리 뚜껑을 마련하여 바닥에 작은 돌들을 깔고 물을 채워 녀석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러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마음으로 그 작은 생물과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섯 마리였던 녀석들이 어쩌다 보니 숫자가 훨씬 많아진 것이 아닌가. 그 작은 항아리 뚜껑 속에서 새끼를 낳는 것인데, 그것도 한 번으로 그친 게 아니라 새끼가 자라 또 새끼를 낳고 하는 식으로 하여 제법 불어나서 또 다른 항아리 뚜껑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갈라놓아야 했다.

그 공간들은 내가 만들어준 것이지만 녀석들 입장에서는 어엿한 자기들만의 세상일 것인데,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신기하기도 하고 오묘하기도 하다. 실내이긴 하지만 따로 온도를 맞춰주지도 않고 수돗물을 부어주는데도 적응해 사는 걸 보면 그 적응력이 놀랍기도 한데, 아마 녀석들은 자기들의 뿌리가 저 먼 곳의 열대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 항아리 뚜껑 속이 세상 전부인 줄 알 것이다.

그렇지만, 또 어떻게 알랴. 우리 인간들이 항아리 속의 그 작은 물고기와 같을지. 우리들이 감히 생각지도 못할 커다란 존재가 지금 내가 항아리 뚜껑 속에 물고기를 기르며 들여다보듯 우리 인간들이 아웅다웅 복닥복닥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항아리 뚜껑 속의 작은 세계를 들여다보고 더러는 녀석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녀석들로부터 우리네들 삶을 엿보기도 하는 것이다.

그림=김태원 화가
전미야 작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전미야 작가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문학예술의 다재다능한 작가로서 시, 수필, 소설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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