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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송수복 제9회] 동네 친목회 만년회장 ‘왕 언니’

기사승인 2021.04.28  00: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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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서로와 모두에게 그리운 사람으로

[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동네 친목회의 왕 언니가 있습니다.
30여 년을 한동네 살면서 언니 동생으로 돈독해졌습니다. 성격도 활달하고 인정도 많은 정말 큰언니 같습니다. 친목회의 만년회장으로도 든든합니다.

그 언니의 남편이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후 집에만 있게 되면서 바깥출입에 간섭을 많이 받았답디다. 그러나 나를 만나러 간다고 하면 말없이 보내준답니다. 오로지 한 달에 한 번 친목회에 나오는 날이 해방되는 날이랍니다. 다른데 볼 일이 있으면 나를 만나러 간다고 한답니다. 한 동네 살면서 나를 바르고 착하게 본 것 같습니다.

언니 남편에게 치매가 시작됐습니다. 
고등학교 수학선생이었던 성품이 깐깐하고 내성적인 남편의 치매는 이웃에 피해가 갈만큼 악화되었습니다.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방음이 잘된 집으로 몇 차례 이사하는 등 8년 동안 헌신적으로 보살폈습니다. 평소의 소홀했던 미안한 마음에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의 기도로 수발하다 편히 떠나보냈습니다.

친목회 카톡에 사망 소식이 올라왔을 때 많이 울컥했습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치매로 보내드렸기 때문에 그 언니가 겪은 고통을 다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문상조차 못하고 전화로 위로의 마음 전한 후 한동안 착잡했습니다. 문학에 몰두하면서 친목회에 몇 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후 왕 언니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그동안 서로에게 쌓인 아쉬움과 서운했던 마음을 다 털어 놓았습니다. 내가 친목회에 참석할 때는 화합과 소통이 잘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익살스러운 행동에 모두가 즐거워했으며, 재치 있는 언행에 많은 위로와 의지가 됐던 회원들이 나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왕 언니가 전해준 회원들의 기다림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나가기로 했습니다. 봉사와 사랑으로 친목회의 본(本)이 되는 모임으로 이끌어 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왕 언니! 늘 건강하고 따뜻한 우리들의 회장님입니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 전합니다. 우리 서로에게, 또 회원 모두에게 그리운 사람으로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기를 갈망합니다.

시인 송수복
시와수상문학작가회 수석부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이다.

송수복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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