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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박원명화 제34회] 돌아보면 모두가 감사한 것뿐

기사승인 2022.05.18  0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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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것의 무심함이 세상을 불행하게 한다

[골프타임즈=박원명화 수필가] 아름다움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서만이 볼 수 있는 선물입니다. 의식이 변해가는 것인지 언제부턴가 자꾸만 자연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과학문명의 발달에 길들여진 탓에 일상이 편리해진 반면 몸과 마음은 게으름을 극치를 이룹니다. 움직이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건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구의 환경이 황폐해져 가는 것도 물질문명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만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는 티베트 속담이 생각납니다. 속담이 전하는 의미는 삶과 죽음이 주는 인간존재의 본질적인 선문답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이면서도 영원불멸의 목숨처럼 서로가 아귀다툼하는 인간들에게 삶에 대한 성찰을 다시 한 번 일깨웁니다.

긴 어둠을 뚫고 달리던 전철은 어느덧 도심을 벗어나 산과 들이 어우러진 푸른 들판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가슴을 콱 막히는 감동이 몽실몽실 피어오릅니다. 아! 자연의 주는 저 신비로운 광경을 외면하고는 여전히 손바닥안의 핸드폰만 눈이 빠져라 들어다 보는 사람 모두가 마치 디지털 문명의 노예 같습니다. 하기야 길을 걸어가면서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고, 잠을 자면서도 분신처럼 곁에 두고 자야하는, 그야말로 너도나도 모바일미디어 시대에 종속(從屬)되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음 정거장 안내 방송이 나오자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던 사람들 몇몇은 그제야 바쁘게 내릴 준비를 서두릅니다. ‘덜커덕’ 전철이 멈추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썰물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가고 또 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밀물처럼 들어갑니다. 타박타박....땅 밟는 발자국 소리를 따라 나도 인파에 쓸리듯 사람들 따라 전동차역사 밖으로 나옵니다.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송사리 떼처럼 도봉산 쪽으로 몰려가고 나는 친구와 함께 여유롭고 한가하게 역사 뒤쪽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5월의 마지막 날, 봄은 가고 여름의 전조를 알리듯 한 낮의 강한 햇살이 살갗으로 파고듭니다. 도봉산 역은 1호선과 7호선이 있는 환승역입니다. 나는 길 하나를 건너니 바로 도봉 '창포원'이 눈앞에 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색색의 꽃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벌리듯 분홍 빛, 보랏빛, 노랑 빛 등이 뽐내고 있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붓꽃은 간격이 촘촘해 한층 풍성하고 더욱 화려합니다. 꽃들을 곁하고 길을 따라 걷습니다. 어떤 길은 너무 좁고 어떤 길은 하늘을 열 것처럼 점점 넓어집니다. 꽃의 보호자처럼 군데군데 우뚝 서 있는 나무사이로 푸른 하늘이 조각조각 박혀있어 한결 그 풍치를 더합니다. 높고 낮은 하늘 따라 느릿느릿 걸어가며 오랜만에 자연이 주는 힐링을 만끽하며 야생화를 들여다보랴, 창포 꽃을 쳐다보랴 시감(視感)은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한바탕 맑은 공기로 허기를 채워서인지 몸과 마음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습니다. 주중이라 인파도 없고 바람이 실어 나르는 공기도 더 없이 맑습니다. 어딜 가든 사람에 치이는 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습니다. 이런 자연적 풍경을 보고 있으면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게 뿌듯한 기쁨으로 다가와 건강한 자양분이 온 몸으로 충전되는 느낌입니다.

서울 창포원은 2009년에 개장한 곳으로 각종 야생화를 비롯해 약용식물원, 억새원, 아로마테라피 식물원 등이 구성되어 있는 도심 속 생태공원입니다. 전철역과 근접해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걷기도 좋습니다. 특히 세계4대 꽃이라는 붓꽃(Iris)과 창포를 가깝게 체험할 수도 있고, 꽃바람이 주는 달달한 맛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귀한 선물을 받는 셈입니다.

시간이 무료하다고 투정하는 분들에게 적극 권해드리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창포원의 멋을 즐기고 나면 아마도 세상 살맛이 절로 생길 것입니다. 작은 것의 무심함이 세상을 불행하게 한다고 하듯 남이 가지고 있는 떡이 더 커 보이는 것도 행복을 끌어안고 살면서 저 멀리 있는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방천지 감사할 게 이렇게도 많은데 말입니다.

수필가 박원명화
2002년 한국수필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수필가협회 사무국장이며 제9회 한국문인협회 작가상ㆍ연암기행수필문학상ㆍ제39회 일붕문학상을 수상했다. ‘남자의 색깔, 길 없는 길 위에 서다, 풍경’ 외 수필집 다수. 

박원명화 수필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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