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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인의 골프 칼럼] “사장님~나이스 샷!”(35)

기사승인 2023.01.11  13: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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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스코어 ‘핸디’는 과연 합리적일까?

[골프타임즈=최재인 칼럼니스트]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라 반드시 같이 운동할 동반자 4명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 또한 그 어려운 골프장 예약도 반드시 해야 하며, 심지어 이동할 차량과 운전자까지도 사전에 정해야 불편함이 없어진다.

동반자 각각의 실력과 구력의 차이뿐만 아니라 그날의 컨디션까지 격차가 있어 같은 조건으로 운동하기가 절대 쉽지 않다. 그래서 서로의 핸디캡을 바로잡는 방식으로 ‘핸디’를 주고받으나 문제는 공이 ‘핸디’대로 맞지 않는 데 있다.

골프에서 ‘핸디(handicap)’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코스에서 쓸 때는 골프의 난이도를 의미하고, 골프 점수로 볼 경우는 골프 실력을 의미한다.

골프장에서 핸디캡 1번 홀이라고 하면 그 골프장에서 난이도가 높아 가장 어려운 홀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핸디’ 8이라고 하면 기준타수 72개보다 대개 8개를 더 치는 평균 80타의 실력자를 의미한다.

핸디는 공식 모임에서 1년간 정상적인 라운드를 하고 공식적인 기록에 의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정한다면 몰라도 대충 몇 번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다 보면 고무줄 ‘핸디’가 된다. ‘핸디를 받는다’라는 의미는 핸디의 차이만큼 불리함을 보상해 준다는 뜻이다.

골프 구력이 많거나 실력이 좋은 동반자가 그렇지 못한 동반자들에게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선심성으로 차이 나는 타수에 일정 비율을 적용해 1타의 단가를 곱한 돈을 사전에 지급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강자의 아량(?)이다 보니 고무줄이 된다.

‘핸디’를 받는 처지에서는 이런 부정당 처분(?)을 해줘도 그저 감사해야 한다. 혹여 적다고 우기거나 민원을 제기하면 조금 더 주지만, 그렇다고 핸디를 준 사람의 민족자본까지 따는 일은 거의 없다.

이렇게 실력의 균형을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했음에도 ‘핸디’를 받은 사람이 결국 잃는 것은 홀마다 동반자 스코어가 ‘동타’, ‘3보기’, 파4에서 트리플 이상, 파3에서 더블파 이상 되면 자동으로 ‘배판’이 되기 때문이다.

핸디를 줄 때는 배판을 고려하지 않고 주므로 내기에는 핸디를 받는 사람이 무조건 불리한 배판이 수두룩하다. 결국 받은 핸디는 전반 9홀 만에 다 털리고 후반에는 민족자본인 지갑의 돈까지 나가 버린다.

골프 내기에서도 열 받은 사람이 ‘배판’을 불러 본전을 찾게 해주는 ‘콜’이 있다. 그런데 이 또한 자상한 배려 같지만 열받은 사람이 평정심을 갖고 배판에서 이겨 본전 찾을 확률은 당연히 낮다.

또한 어쩌다 운이 좋아 악조건에서도 이상하게 공이 잘 맞아 돈을 좀 따면 “핸디 받고 돈 따면 양심 불량이니 2배를 물어내야 한다”라는 압력으로, 결국 핸디 받은 불쌍한 사람은 또다시 지갑이 열리고 좀 지나면 뚜껑(?)도 열린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 핸디’와 ‘후 핸디’라고 동반자의 전반 점수를 기준으로 차이만큼 핸디를 나눠주며 후반을 진행하는데, 이것은 그래도 양반이다.

옛말에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했듯이 핸디 받기 싫으면 공을 잘 치면 된다. 그런데 골프는 말처럼 잘되지 않으니 때려치울 수도 없고, 핸디를 안 받으면 더욱 손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 이래저래 골프 내기는 골치 아픈 일이 맞다.

지인들과의 골프 내기에서 몇 만원 잃으면 칼을 쓰윽~ 쓰윽~ 갈아 다음에 웬수(?)를 갚으면 된다. 그렇다고 살림이 어려워지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멍청했던 자신의 실수가 머리에서 뱅뱅 돈다.

그 홀에서 빌어먹을 “철퍼덕~” 하고 뒤땅만 때리지 않았더라면….그 망할 놈의 볼이 도로를 맞고 OB 라인을 넘어가지만 않았더라도….배판 걸렸던 그 홀에서 미친놈의 볼이 홀을 한 바퀴 돌고 나오지만 않았더라면….

돈 잃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머리도 아주 많이 복잡하고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의기양양한 동반자들은 왜 그렇게 은근히 미운지…. 잃은 사람의 돈으로 밥을 사면서 왜 그리 폼을 잡는지….골프 정말 때려치워야 하나 고민된다…. ㅎㅎ~

그래도 어쩌다 운이 좋아 몇 만원을 딴 것 같을 때는, 잃은 사람이 있으니 앞에서 내놓고 돈을 셀 수 없어 래커에서 혼자 웃으며 돈을 셀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회장님의 심정이 되어보고 싶다.

그리고 골프 내기가 빡빡하다 보면 가끔 뒷주머니에 딴 돈을 두고 깜박 못 챙기는 경우가 있는데, 집에 와서 옷을 세탁하라고 하면 집사람이 세탁소 보내기 전에 주머니를 점검하다가 발견하고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주말에 집사람 두고 운동 갈 때는 가끔 뒷주머니에 구겨진 돈 몇 만원 넣어 두는데,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다음 라운딩 하러 갈 때는 집사람이 옷 가방도 잘 챙겨 주고 과일도 깎아서 함께 넣어준다.

이 공법(?)이 한동안 잘 먹혔는데, 한 번은 집사람이 주머니 점검(?)을 잘못했는지 세탁소에서 세탁물과 함께 3만원이 되돌아온 적도 있었다.

두 달에 한 번 운동을 같이하는 사장의 사모님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사모님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 남편은 운동을 갔다 오면 매번 공을 잘 쳐서 돈을 땄다고 몇 만원씩 주는데, 정말 그렇게 내기만 하면 잘 따나요?”

엥~!? 지난달 필자와 라운딩할 때 분명 몇 만원 잃고 갔었는데….

크으~,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계속>

최재인 건축사

최재인 칼럼니스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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