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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111회] 펼쳐든 내 삶의 기록

기사승인 2023.01.12  09: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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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청소하듯 내 마음도 매일 청소하기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인생에 원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비게이션 처럼 알려 주는 대로 마음 편안하게 갈 수 있다면 세상 어려움이 없어질까?

오랜만에 일기장을 펼쳤다. 그 동안 소홀 하였으니 새해 인사라도 드려야지 싶었다. 컴퓨터에 남기는 일기보다는 만년필에 잉크 채워 넣고 스프링대학노트에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자동차가 달릴 차도를 포장하듯이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 사이 여백이 적 잖았다. 4월 17일에 멈추었다. 봄을 탓하고 정지 되여 있는 시간에 항변하는 내용이었다. 누구나 겪는 코로나19를 나라고 비껴갈 수 없는 노릇이니 암울한 이야기뿐이다. 너무 안 좋은 이야기는 안 쓰기로 했다. 너무 기뻐도 놓치지만.

신혼 초 일기장엔 눈물자국과 고뇌의 울분만 가득하였다. 자유로운 영혼처럼 살다가 뒤늦게 결혼하여 시댁에 들어서니 시부모님에 시동생, 이웃 사는 시누이 가족, 첩첩이 나를 에워 샀다. 다른 식생활에서 오는 차이를 일기장에 풀어 놓을 수 밖에 없었다. 혼자 만의 고뇌와 해도 해도 표시 안 나는 집안살림에 지치고 자아를 잃은 내가 그곳에 있었다.

그런 어느 날부터 일기장을 덮었다. 이러자고 쓰는 게 아니라고, 나를 잊은 날은 일기장도 더불어 덮어 있었다. 좋은 날 좋은 글만 쓰기에도 부족한 세월을 궂은 이야기로 두고두고 아프고 싶지 않았다.

그러노라니 일기장엔 책을 읽고 난 독후감이라든지 어디 다녀온 기행문이 더 많이 차지하게 되었다. 나와 친구의 이야기, 나와 하늘 구름 바람들이 찾아올라치면 오랜만에 일기장을 열고 들이 밀었다.

삶의 굴곡은 깊었다. 아이들 낳아 키우며 샘솟는 샘물과 다시 시작한 직장생활, 더불어 찾아 온 큰 병은 다시 삶을 제자리로 갖다 놓았다. 그 기록들은 때론 기쁨이었다가 아픈 상처로도 남았다.

이제 겨우 중반을 달려 온 삶이 내게 무엇을 남겨주었는가. 남겨진 삶이 앞으로의 내 삶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려는지 그런 의문점은 계속 꼬리를 물고 생각하게 한다. 내일 당장은 반복된 삶일지언정 일년 뒤엔 다른 모습과 다른 일상으로 살고 있을 거다. 나를 반성하고 다시 하루하루를 시작한다.

원칙 없는 삶일지라도 과거의 발생한 일과 현재 발생하는 일이 매일 부딪치는 현실 속에 창조되고 있다. 수북이 쌓인 마음 속 먼지를 일기쓰기로 말끔히 털어내야겠다. 집을 청소하듯 마음도 매일 청소하는 걸로 새해를 시작해본다. 새해니까 더 새로워지자!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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