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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100회] 오랜 친구처럼 익숙한 향기

기사승인 2022.10.27  09: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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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와 나누며 모두가 아닌 혼자도 좋다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아메리카노 두 잔!”

에스프레소에 물을 부어 진하게 아니면 옅으게 농도를 맞추어 마시는 아메리카노. 허여멀건 한 숭늉 같은 물을 담은 컵을 손에 들고 활보하면 어쩐지 오늘 점심을 잘 마무리 한 느낌이 든다.

커피 향은 마음의 안식을 준다. 차 한 잔에 깃든 고요함이 마음에 전해지고 사색에 잠긴다. 탁자 위에 놓인 커피잔을 손 안에 감싸 쥐면 향기가 따라와 좋다. 함께 나누는 커피는 여유와 이야기 꽃을 피운다. 혼자만의 커피는 사색과 만족을 안겨준다. 시공간 속에 나를 찾는다. 은밀한 밀애다.

오랜만에 커피포트를 꺼내고 커피 드립퍼를 준비하며 로스팅 된 원두를 분쇄기에 두 스푼 넣어준다. 원두를 가는 동안 온도를 맞추기 위해 뜨거운 물을 드립퍼며 커피잔에 채워 놓는다. 원두가 분쇄되는 소리와 향기에 우선 취해본다.

드립퍼에 종이필터를 구김자리 없이 잘 펴서 자리잡고 분쇄된 원두를 부어 주며 느끼는 행복감! 물에 온도는 90도를 넘었고 주둥이가 긴 주전자에 부어 팔꿈치를 겨드랑이에 붙인 자세로 높이 들고 가운데에 점 찍듯이 살짝 몇 방울로 자리 잡아준다.

잠시 한 숨을 쉰 다음. 가운데부터 시작하여 원을 그리듯이 돌려본다. 물줄기는 가늘게 퍼져 나가는 원 자리를 따라 돌아간다. 투명한 용기에는 내려진 커피가 차오른다. 그렇게 한 주전자를 비우고 커피잔에 내린 커피를 옮겨서 온도를 재니 65도.

이건 아닌데, 강사님 말씀이 75도가 가장 맛나는 커피라 하였건만, 쓴맛이 강하게 담뱃진처럼 느껴진다. 함량도 진하다. 다시 주전자를 들어 옅은 커피를 내려 함께 섞으니 그것이 내 입맛이로다. 내리는 동안은 집중하여야 한다. 잠깐의 방비가 멈추는 사태를 일으키면 커피는 맛을 멈춘다.

쓰디쓴 커피에 설탕 한 스푼 넣어주면 달달 해지고, 우유 한 잔 부어주면 부드러워진다. 그 조화로움은 영특하다. 살아가는 일도 이와 같다. 누굴 만나서 어떤 맛을 낼지는 최선을 다해보아야 안다. 깊고 풍부하며 따뜻함 속에 빠져든다.

오늘도 달달 하며 부드러운 커피 한 잔! 아니면 강렬한 에스프레소!

낙엽은 구르고 시몬을 이야기 할 오랜 친구와 커피 한 잔 하여야겠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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