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방 물오르는 소리
[골프타임즈=지소하 시인] 봄의 문이 열렸어요.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과 나무들 물 길어 올리는 소리, 부산스러운 가지들도 귀 기울여 듣고 있어요.
꽃들마다 새눈 뜨는 소리도 들려오네요.
양지바른 깊은 골엔 먼저 온 설연화(雪蓮花)가 봄을 알려줍니다. 돌 틈에 비친 햇살을 따라 봄까치꽃 뒤를 잇고, 돌단풍 피고 나면 민들레도 곧 필 거라는 신호를 보내옵니다.
겨울이 다시 온다 해도 들판은 오늘의 기억으로 짙은 매화향을 품을테고, 벚꽃도 새로운 발자국을 내겠지요.
발치에 다다른 울 안의 목련이 물을 길어 올리듯이요.
내 안의 시간도 저만치 오는 봄을 따라 여념 없이 물을 긷고 있습니다.
목련
서둘러 일어선 이들을
짐짓 외면했는데
모르는 새
열린 마음 야속하네
찬바람 비껴가고
먼 산 다가오고
논둑길 아지랑이 끝
모르는 새 헤실거리다가
툭
떨어지고야 말
그날을 또 걷고 있네
시인 지소하는
디지털 크리에이터, 삽화가, 캘리그라퍼. 출판·편집 디자인팀 ‘하솔’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문학 사랑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시집으로 ‘우연처럼 뜬금없이’ 동인지 '세모시' 등이 있다.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