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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스타톡톡] 영화감독 진명, 그가 머무는 한 충무로는 건강하리라

기사승인 2017.08.22  07: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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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의 기능이 함께 했던 충무로 ‘영화의 메카’

▲ 충무로의 진정한 영화인으로 50대에 영화감독에 데뷔한 진명은 최근 청춘멜로드라마 ‘천사의 시간’을 제작 연출하며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골프타임즈=윤상길 칼럼니스트] 충무로(忠武路). 서울시 중구에 있는 거리 이름으로 1960년대 이후 한국 영화를 상징하는 명칭으로 쓰이는 용어이다. 이 이름은 곧 한국 영화와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충무로는 1960~1980년대 한국 영화의 모든 기능이 함께 했던 영화의 거리였다. 충무로가 영화의 거리가 된 것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제작사와 관련 단체와 협력업체, 영화 관객이 몰리는 주요 극장이 이곳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상당수의 영화사가 서울시 강남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금은 공간적인 의미보다 상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영화계의 지형 변화는 극장 변화에 따른 것이다. 과거의 충무로를 만든 것이 영화 흥행의 좌표를 점칠 수 있는 극장이었던 것처럼 한국 영화에서 충무로 시대가 저문 것도 극장 문화의 변화였다.

국도극장, 스카라극장, 명보극장 등 재래식 극장이 몰락하고 극장 문화가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하는 강남권으로 서서히 옮겨가면서 충무로의 옛 영화도 빛을 잃었다.

영화 제작사들도 영화 관객의 발길을 따라 강남으로 속속 이동했다. 영화계에서 스타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스타들의 동선도 강남 지역으로 국한되면서 스타들을 상대로 하는 연예기획사는 물론 뷰티, 패션, 먹거리, 놀거리가 강남 지역에 집중된 것도 충무로를 태양이 저무는 지역으로 변모시켰다.

충무로의 사멸은 한국 영화의 세대교체, 영화 산업의 지각 변동, 영화 문화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이후 영화계에서는 강남파(?)의 파워가 막강해지고, 충무로파는 그저 명맥만 유지하는 빈사 상태에 놓이게 된다.

충무로가 몰락한 영화지대가 되었지만 상당수의 영화인들은 여전히 충무로를 지키고 있다.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배우협회, 서울영상센터, 대한극장 등이 충무로 영화인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비록 한걸음 물러난 영화인들이지만 그들은 지금도 충무로에 삼삼오오 모여 영화를 만들고,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남 영화인에 비해 그들은 시니어에 속한다. 60대를 넘긴 영화인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때는 잘 나가던 영화인들이다. 세대가 변화하면서, 자본에 선택받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화작업은 진행 중이다.

충무로 영화인 가운데 40~50대는 주니어에 속한다. 꽉 막힌 충무로 영화의 혈맥에 죽기살기로 수혈을 하고 있는 그들이다. 작은 영화 또는 저예산영화로 불리는 영화들을 만들어 충무로 영화인들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50대에 들어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진명 감독은 수혈에 앞장서고 있는 충무로 영화인이다. 그는 최근 청춘멜로드라마 ‘천사의 시간’을 제작 연출하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가 특히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저예산영화이지만 강남 스타일에 뒤지지 않는 스토리텔링과 화면 구성, 정상급 스타는 아니지만 충분히 화제성을 지닌 젊은 연기자를 주연으로 픽업하고, 그들을 감쌀 수 있는 탄탄한 중견 배우들을 다수 기용하는 등 대형 스크린에 걸맞은 요소들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충무로 영화인들 가운데 몇몇은 그동안 소위 ‘IPTV’전용 영화, VOD 서비스를 산업 형태로 내세운 성인영화에 매달려 대중으로부터 소외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충무로 영화인의 작품에 대한 시선에는 다소 짜증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진명 감독의 작품 ‘천사의 시간’은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다. 스무 살 청춘의 아픔을 소재로 했다. 안구 질병으로 각각 시각 장애를 안고 사는 남녀. 우연히 한 병동에서 만난 두 사람은 죽음을 계기로 이별을 한다. 이 엄청난 슬픔을 한사람의 정상적인 안구가 사망 직전 또 다른 한사람에게 이식되면서 크나큰 인간 사랑의 품에서 녹여진다는 내용이다.

극중 장래 배우가 희망인 고교 3년생 천희 역은 그룹 지피지기의 리더로 활동 중인 유동근(칸)이 맡았다. 그의 상대역인 여자양궁 국가대표 꿈나무인 주희 역은 연극무대에서 기대주로 꼽히는 박하은이 연기했다. 그는 영화 ‘브로커’에 출연, 스크린 진출 트레이닝을 받았다.

이들 남녀 주연을 내공 깊은 기성 배우들이 감싸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너무합니다’에서 최경애로 열연한 이화영, 수많은 작품에서 명품 조연으로 익히 알려진 기주봉,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 임성민 등이 조연진을 구성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감독 진명은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이지만 30여년의 경력을 지닌 충무로 영화인이다. 별명이 ‘충무로 지킴이’이다. 20대 초반 충무로에 들어와 최인현, 정회철, 김성수 감독 등의 연출부에서 기량을 쌓았다. 하지원의 영화 데뷔작인 ‘진실게임’을 제작하기도 했고, 20여편의 영화와 연극에서는 프로듀서로 인정받았다. 스태프의 요구가 있을 때는 현장에서 배우로 출연하기도 하는 등 전천후 영화인으로 충무로를 지켰다.

그는 영화감독 데뷔에 대해 “소위 강남 영화인으로부터 충무로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고자 한다. 30여년 영화 인생의 모든 기량을 이 한편에 쏟았다. 많은 기대와 응원을 바란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제 ‘천사의 시간’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시사회 이후 관객의 반응은 “오랜만에 만나는 예쁜영화다”, “청춘의 사랑도 이처럼 애절하고 진지하게 그려내다니 놀랍다” 라는 등 호의적이다.

충무로 지킴이 진명, 그가 있는 한 충무로는 외롭지 않다. 그래서 충무로 영화의 거리는 오늘도 영화의 메카로 영화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윤상길 컬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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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윤상길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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