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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 詩수다 49회] 실업자가 된 중년의 나이

기사승인 2017.10.02  09: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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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낙엽보다 더 서글픈 현실의 벽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

가끔씩 스스로 위로하듯 중얼대던 말이다. 우연인지 행운인지 쉴 수 있는 그 기회가 내게도 왔고 정말 오랫만에 아주 편한 쉼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은 일상들이 스쳐가는 동안 추억과 역사가 만들어지고 가슴에 품고 갈 소중한 것들도 생겼다.

“언니! 다시 일 해야지. 놀면 뭐해?”

백세시대로 가는 지금 내 나이, 아직 일 할 나이 맞고 건강이 있는 동안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에는 나이 제한에 걸리고... 너무 일찍 실업자가 된 중년의 나이, 취업의 좌절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노년 인구가 많아지는 고령화 시대인 만큼 능력이 있으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지, 노후 대비도 제대로 못한 우리는 어떡하라고 일도 못하게 한단 말인가.”

옆에 있던 중년(?)후배가 한 소리 한다.

가을의 낙엽만큼 바스락 거리는 서글픈 현실의 벽.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월 초, 봄날을 닮은 어느 날이 낯선 따뜻함이어도 좋으니 불쑥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10월의 아침

바람은 차고 거리는 조용하다
하늘만한 그리움을 꿈 속에 풀어놓고
지치도록 걸어들어 간 새벽의 갈 숲
환하게 뚫린 담장의 내벽이
다 닳아버린 햇살을 안고
저리도 고옵게 물들어 간다

가마귀 날아간 산그늘 아래
단내 나는 가을이
달아오른 가슴을 잠재우기 전
저리 혼자 알몸으로 팔랑이는 유혹의 빛을
가만히 숨죽이고 바라보라

그리고
눈물로 한 쪽 한 쪽 찍어 붙인 사랑의 빛을
가슴으로 천천히 옮겨 두라
이제 남은 가지 위에 햇살을 묻고
떠나지 못한 추억은 그리움이 될 것이므로

당신의 가슴에 나의 가슴에
이리 영롱한 자죽으로 찾아드는
10월의 아침

단 한번 만남을 위해
이리도 고이 바라보는 한 생이 되었는걸
마냥 늦춰진 작별이 아쉬워
가을은 또 바람 위에
햇살 같은 금실을 풀어내고 있다

박소향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의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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