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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편지 송수복 제14회] 참외가 먹고 싶다는 요양병원의 언니

기사승인 2021.07.14  0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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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이 엎치고 덮치고…아들의 용기를 기도합니다

[골프타임즈=송수복 시인] 삼십 년 넘게 한동네에 산 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동안 몇 번 입원했지만, 이번에는 두 다리 수술로 휠체어에 의지합니다. 요양병원이 집 근처라 웬만한 심부름은 허물없는 내 몫이 됐습니다.

구순의 언니 남편은 불편한 몸에 정상적인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새 모이를 가지고 나간 남편이 비둘기를 불러 모았습니다. 모이를 쪼는 비둘기를 한 마리씩 잡아 다리를 똑똑 부러뜨렸습니다. 비둘기를 학대하는 남편의 눈빛은 쾌감,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언니는 너무도 놀라 주저앉았습니다. 그러나 남 보기엔 멀쩡한 남편을 정신병자 취급할 수도 없었습니다. 날마다 남편을 놀이터로, 병원으로 데리고 다니다가 넘어져서 허리와 다리를 다쳤습니다. 수술 등 치료받을 돈이 없어 극단의 결심을 했습니다.

언니는 수면제를 대량으로 먹고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그런 아내를 발견한 남편은 119구급대에 신고는커녕 오히려 잘 됐다는 듯 정신 이상을 일으켰습니다. 아내가 죽었다고 착각한 남편은 아내의 하반신을 불로 새카맣게 지졌습니다.

다행히 지인이 발견으로 언니는 목숨을 구하는 한편 언니 남편의 상황을 아들이 알게 됐습니다. 아들은 사업에 실패해 경제 능력이 없었으나 부모님의 불행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아들 역시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킬 수도 없었습니다. 더 이상 남편이라고 믿고 살 수  없다는 어머니를 이해하지만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아들은 하늘과 땅만 원망했습니다. 무능력한 자식이란 자괴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언니가 참외를 먹고 싶다고 합니다.
달고 깨끗하게 생긴 참외를 준비해 헉헉거리며 요양병원으로 향합니다. 찜통더위보다 더 뜨겁게 언니의 가정을 위해 기도합니다. 언니에게는 허리와 두 다리의 쾌유를, 언니의 남편에게는 더 정신질환이 나빠지지 않도록, 아들에게는 사업의 재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시인 송수복
시와수상문학작가회 수석부회장 송수복 시인은 서울시 청소년지도자 문화예술 대상·시와수상문학 문학상 수상. 시낭송과 시극 등 다양하게 활동하는 송 시인은 첫 시집 ‘황혼의 숲길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이다.

송수복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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