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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50회] 듣고 싶은 그말!

기사승인 2021.09.09  08: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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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나도 모두가 소리쳐~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아빠, 엄마한테 전해 줘. 사랑한다고. 꿈속에서 만나자고.”

할미랑 자는 녀석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말을 한다. 아래 위층 살면서 저녁마다 위층 할미 집 올라와 데려다 주는 제 아비에게 건네는 말이다.

여섯 살 된 손자녀석은 밤마다 할미를 찾아 오면서 제 엄마에게 극진한 사랑고백을 한다.

어미가 올라오면 헤어지면서 끌어 안고 입 맞추고 ‘사랑해, 사랑해’을 아련하도록 외치면서 ‘내 꿈 꿔’을 내려가는 뒷퉁수에 대고 또 소리친다. 사랑이 뚝뚝 떨어지고 애틋하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되었다. 잠시 떨어졌다 만날 때는 살포시 안기며 “보고 싶었어요” 하는 말에 녹아내린다.

“아들아, 넌 어미에게 할 말 없니?” 묻고 싶다.

이제 다 자란 아들은 제 아들, 딸 키우는 가장이 되었다. 하긴 아들녀석도 어릴 때 살갑게 안기며 볼을 비비고 ‘엄마, 좋아요’했다. 어른이 되고 나니 표현하기에도 쑥스러운지 “괜찮으세요?”가 주로 하는 말이다. 함께 사는 남편은 그야말로 경상도 토박이 아니랄까 아직 ‘사랑해’ 소리도 낯 간지러워 못하겠다고 한 번 들려주질 않는다. 그 대단한 마음으로 헤아리란다.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 버릴 육신인데 그 말 하기가 그리 어려우신가? 들어도 들어도 듣기 좋은 말, 그 말 한 마디에 모든 게 녹아 내리는데 왜 그걸 모르는지, 알면서 외면하는 이유는 무언지 도통 모르겠다.

돌아가신 부모님께 더 해 드리고 싶었는데, 뒤늦게 손자재롱에 마음 한구석에 회환이 깃든다.

웃음 짓다 보면 정말 웃을 일이 생긴다 하잖은가. 사랑해, 사랑해 하다 보면 정말 사랑이 가슴 가득 출렁일 것만 같다.

오늘도 나는 손자의 ‘사랑해’에 힘입어 내 사랑을 채우려 한다. 당신이 안 하면 내가 하는 거지 뭐. 여보,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한다고!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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