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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52회] 그런 집 어디 있나요?

기사승인 2021.09.23  08: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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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이사를 가야 한다. 증축하여 20년 넘게 산 2층 단독주택을 재건축에 내놓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 아래 위층으로 삼대가 살다 보니 대 식구다. 아들녀석 네 이제 태어난 돌이 안 된 손녀딸에 여섯살난 손자 해서 네 식구다. 우리 부부와 결혼 안 한 싱글딸까지 도합 일곱이다.

단독주책은 마당도 있고 아래위층이 분리되어 다른 공간으로 살면서 또 함께이기도 한다. 옥상은 텃밭도 가꾸며 ‘옥캉스’을 즐기는 수영장에 텐트에 야외바비큐로 최상이다. 옥상에 널어 말리는 이불빨래는 또한 으뜸이다. 이 편안한 공간을 떠나 새롭게 자리할 쉼터는 쉽지 않다. 단독을 산다는 것도, 새로 짓는 것도. 집은 쉼터이자 편안한 안식처여야 한다.

결혼하여 단칸방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시부모님과 시동생까지 함께하며 아들, 딸을 낳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맞벌이도 하였고 곁도 돌아볼 시간 없이 열심히 살았다. 그러던 중 사경을 헤 메는 열 시간의 대수술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니 시어머님의 치매가 심해졌다.

지겹게도 살았다. 하지만 그 안에 가득한 행복과 즐거움과 그에 비해 찾아 든 슬픔과 좌절, 회한만 남은 집. 부모님을 납골당에 모시고 손자재롱에 잊혀져 갈 즈음에 이사를 가야 한다. 추억이 너무 많아 이젠 훌훌 벗어버리고 싶은 집. 새로운 집이 주는 희망과 또 다른 미래를 제2의 삶으로 시작하고픈 마음이다.

한옥의 뒷문을 열면 대청마루를 통하던 바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집과 사람이 함께하며 나누는 공간이 그곳에 있다. 나가 있던 가족들이 모여드는 추석에는 더 더욱 대문을 들어서며 마당이 반기고, 햇살 쏟아지며 바람에 묻어 온 세상이야기를 펼치는 곳. 자연과 속삭이는 그곳이라면 좋겠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돌아갈 곳이 있는 건 여행이고, 돌아갈 곳이 없는 건 방랑자라 했다. 고향도 되고, 쉼터도 되고, 의식주중에 빠져선 안 되는 것이 집이다. 제각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묻어나는 집에서 생로병사 희로애락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꿈을 풀어내야 할 힘이 무궁무진하게 솟아나고, 삶의 방향과 가치를 높여 주는 곳. 내 집이 아닌 우리집이여서 더 행복한 보금자리. 기다려주고 품어주며 불 밝혀 반겨주는 꿈의 집!

그런 집 어디 있나요?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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