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63회] 여행은 고요한 기도

기사승인 2021.12.20  08:51:48

공유
default_news_ad1

-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이상 알 수 없을 때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어느날 갑자기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는 마음은 필자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고단한 삶 속에서 늘 우리의 마음을 유혹하는 꿈이자 희망이다.

집을 떠나면 누구나 나그네가 되고 고단하긴 하지만 요즘처럼 교통도 좋고 사방팔방 도로와 길이 빠르고 편리하게 조성되어 있어서 전국방방곡곡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가 있다.

팍팍한 현실은 모든 걸 훌훌 버리고 떠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허락하지는 않지만 여행에 대한 설레임과 계획은 마음 속에서 언제나 유효하게 자리잡고 있다.

여행은 뜻깊고 즐거운 것이기도 하지만 가장 단순하고 평범한 것들을 보며 즐기는 기쁨 또한 크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며 바라보는 차창 밖의 풍경, 여행지에서 맛보는 향토 음식, 그 지방만의 특성을 가진 여행지 등 특별한 것이 아니라도 여행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삶이 된다.

멀리 떠나 있을 때에야 늘 곁에 있기에 소중함을 모르던 가족의 사랑과 가까이 있어 정확한 판단이 안 서던 어떤 일들이나 사물들에 대해서도 그리움을 알고 비로소 그 진가를 알게된다.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떠나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더 가까이 그곳으로 다가가자는데 있다. 우리는 항상 이 자리를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지만 떠난 자리에서 되돌아볼 때 비로소 우리 자신의 것을 더 가까이 소유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나짐 히크메트는 ‘진정한 여행’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 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알 수 없을 때
그 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면 질색이다. 여행은 혼자 하고 싶다. 가장 쓸쓸한 가을도 좋고, 가을보다는 겨울이, 겨울 바다가 더 좋다. 온 대지가 텅 비인 채 하얀 눈이라도 펑펑 쏟아지기라도 하면 더 없이 좋을 겨울의 여행.

기억이 흐려지고, 멍한 감정과 세속화된 몸에 주는 휴식은 혼자만의 조용한 힐링의 시간을 통해 기도 시간과 같은 반성의 기회도 주는 것, 그래서 이 겨울에 나는 또 기도 같은 시간을 찾아 멀리 여행을 할 생각이다.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