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ad47

[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56회] 단 맛보다 쓴 맛이 인생?

기사승인 2021.10.25  08:06:01

공유
default_news_ad1

- 가을 나무처럼 가차 없이 비워버려야....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인생이 무슨 맛이냐고 묻는다면 인생은 단 맛보다 쓴 맛이다.
단 맛이란 것은 가뭄에 콩 나듯이 어쩌다가 한 번 행운처럼 올 뿐 흐린 가을 하늘처럼 인생의 하늘도 흐릴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나뭇잎들이 도미노처럼 떨어지는 가을 길.
저녁이 지나간 길목마다 하나 둘씩 가로등이 제 몸을 밝히면, 사람들의 집에도 하나 둘 불이 켜진다.

제명매가의 피리소리가 들릴 듯한 저녁, 그래서 잠 못들 것 같은 저녁. 이내 깜깜한 밤이 되면 또 하루 나의 인생이 짧아지고, 죽음이 가까워지고, 멍 때리는 듯한 망상에 빠지게도 되는 가을, 가을밤은 그저 어둠뿐인 밤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 그 자체가 되어 고독의 보따리를 풀어 놓기도 한다.

달 밝은 하늘에서 먼저 간 영혼들이 그리움의 별빛을 쏟아 부어 가차 없이 이 밤을 울게 하여도 인생은 흘러가는 것처럼 말이다.

“나 며칠 후에 제주도 간다.” “그래? 여행갈 시간도 있고 좋으네.”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간다는 동생 말에 왠지 가슴이 설레어 왔다.

올 봄에 다녀 온 제주도 풍경이 눈에 선해서였다.
그래, 가고 싶으면 가야지, 먹고 싶으면 먹고,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는 거지.
“인생 뭐 있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위로 겸 자위 겸 스스로를 달래고 어르고 해본다.

살다 보면 마음에 드는 사람도 많이 만나지만 나의 정서나 성정과 맞지 않아 원치 않게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함께 일을 해야 한다거나 어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고역이며 쓴 맛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을 하든지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그것은 자유이지만, 그 자유가 부자연스러워지거나 부담이 된다면 아니 한만 못하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인생의 쓴 맛을 감당하며 살 수밖에.

가을은 그런 계절인가보다.
비우고 또 비우고 하나도 남김없이 다 비워야 비로소 잠잠해지는 계절.
단 맛과 쓴 맛의 인생처럼.....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는 것이 두렵거든 숲으로 가라, 화려했던 영광의 순간을 가차 없이 떨구는 가을나무가 있을 테이니....Sohyang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73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