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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의 다듬이 소리 78회] 어느 날의 영화 한 편

기사승인 2022.04.04  08: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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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

[골프타임즈=박소향 시인]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간지도 2년은 넘은 듯하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이유가 가장 컸지만 집에서도 티브이를 통해 최신 영화들을 얼마든지 골라볼 수 있기에 그 섭섭함은 많이 해소가 되는 편이다.

오미크론이 퍼지면서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다. 잘 넘어왔다 싶은 순간에 나뭇잎 떨어지듯 우수수 우수수 주변의 가족부터 가까운 사람들이 집안에 갇히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필자도 그 그물에 걸리고야 말았다.

몸살감기 쯤으로 생각하고 한 일주일 격리하고 나면 괜찮을 거라는 말에 안심은 했지만 은근히 오래가는 증상의 후유증도 있다 하더니 아직도 미각과 후각이 더디게 돌아오고 있는 중이니 별개 아닌 것이 아닌 듯 싶다.

그런 우울한 시간 속에 갇혀 어느 날 티브이를 뒤지다가 우연히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어거스트 버진’ 이라는 영화였는데, 모든 사람들이 휴가지로 떠나고 관광객들만 남은 마드리드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여주인공이 2주간 겪게 되는 일상을 그린 영화이다.

‘뒤돌아보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그 때의 크고 작은 순간들’ 이라고 말하는 이 영화는 아직 나를 찾지 못한 여성을 위한 완벽한 여름 영화이다.

그동안 나 또한 마음의 뿌리가 얕은 사람은 아니었는가. 나를 찾는 길을 소홀히 하다가 흘려버린 시간들은 없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혼자가 되어야 했던 날들.

그 날들과 마주할 용기를 갖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주인공.

무슨 이유와 핑계로도 내 마음의 정원을 잡초만 무성한 풀밭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답을 준 영화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 또한 공감을 받지 못한 어느 한 부분에서 상처가 되는 말로 꾸준히 방어력을 키워온 어느 순간들이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빵 하고 터지기 전까지 자아를 괴럽혔던 것으로부터 스스로 도피처를 찾고 있었는지도 말이다

어떤 일이든 순서가 있고 꽃도 제때를 알고 피어나야 아름답게 보이듯이 나를 찾는 여정과 보람도 때에 맞게 그 길을 가 주어야 만족감이 되기 때문이다.

낡은 시계 속에서 멈춰버린 시계초침, 기억을 소환시켜 자신을 멈추어놓은 저 공각의 자세.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공간 사이에서 어쩌면 너와 나도 어느 한 과거를 소환하며 느리게 느리게 생의 시간 속에 갇혔는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내면 깊숙이 숨어 있는 자신을 찾기 위한 힌트를 얻기 위해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시간이다.

시인 박소향
한국문인협회과 과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와수상문학 사무국장과 도서출판 지식과사람들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사랑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박소향 시인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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