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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의 샘터조롱박 94회] 이러고 살아야 되나?

기사승인 2022.08.11  09: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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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지 못한 정신과 흐려진 판단력 사이에서

▲ (삽화=임중우)

[골프타임즈=노경민 작가] “이 기차는 올라가는 기차인데요.”

“그러면 용산으로 가는 건가요?” 기차를 하행선을 타야 하는데 상행선을 타고 수원에서 용산으로 갔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표를 반환하고 시간을 두어 표를 다시 끊고 아침을 먹는다.

이층식당에서 내려다 보는 대합실 풍경은 더없이 평온하다. 대기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사람에 커피 한 잔 들고 서성이는 사람.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앞은 아침손님이 줄을 늘어섰다. 제각각 나선 길 위에서 제 갈 길을 찾아가고 있다.

아침부터 조짐이 보였다. 지하철 타고 가도 될 거리라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준 시간이 넉넉하였는데, 그만 핸드폰을 안 가져와 다시 돌아갔다. 겨우 남아 있던 시간이 촉박해 지하철은 놓치고 수원역으로 바로 데려다 주었다. 약간의 시간이 남아 확인을 하면서 탑승구로 내려와 정시 도착한 기차를 탔다. 좌석을 확인 하는 과정에서 잘못 탄 것을 알고 서둘러 내리려는데 벌써 닫힌 문은 출발하고 말았다. 이런 낭패가…… 아침부터 꼬이던 일이 제대로 엮였다.

이번엔 재차 열차번호도 확인하고 호수며 좌석을 확인하고 올랐다. 웬걸, 이번엔 또 남의 자리에 앉았다. 무의식적으로 창가자리에 앉고 보니 주인이 스마트폰을 내민다. 스마트폰 화면에 승차권은 창가자리가 자기자리라고. ‘아, 죄송합니다.’ 아니었지, 하나 남은 자리가 통로였음을 상기하고 비껴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오늘 하루의 시작이 점점 불안하기까지 하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다. 무궁화를 끊었는데 새마을호를 타신 손님. ‘다음 역에서 갈아타세요’ 하는 역무원에 말에 한정거장인데 그냥 가자 한다. 그러면 금액차이만큼 다시 표를 끊으시고 가야 한다 하니 ‘무슨, 이 더위에 짐 들고 한정거장이니 그냥 가자고 우기신다. 결국 실랑이 끝에 5,600원을 더 내고 갔다. 그나마 다행이지. 누구처럼 꺼꾸로 탄 게 아니니 더 빨리 가고 시원하니 제대로 횡재(?)한 거지. 돈을 내야 하는 건 차종이 다르니 별수 없는 일이고.

시간도 늦었는데 KTX타고 가지 새마을을 끊었다고 아이들이 성화다. 별로 내키지 않은 여행길인데다 바쁘지도 않은데 무궁화 타고 가는 것도 아니니 무시한다. 그나마 기차 안에서 한가로운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여유가 생긴다.

나만의 공간에서 뜨개질도 하고 수필집도 읽고, 이어폰에서 흐르는 노래에 젖으며 치치포포 그 리듬에 나를 맡긴다. 예전과 달리 떠드는 사람도 없고 냉방 잘 되고 편안한 나만의 시간이다. 그 묘미를 모르는 애들이 안타깝다.

그나저나 벌써 바르지 못한 정신과 흐려진 판단력이 걱정이로다.

노경민 작가
시와수상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작가는 현재 문예계간 시와수상문학 운영이사로 순수문예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노경민 작가  master@thegolftimes.co.kr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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