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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의 문화 단상] 관문(關門)이야기, 중국 민주화운동의 상징 류샤오보

기사승인 2017.07.18  08: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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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 ‘내정간섭, 언론 통제’...문 걸어 잠근 중국 ‘희망이 사라진 폐쇄성’

▲ 간암으로 생을 마감한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사오보(61세, 1955~2017년), 그의 죽음에 대해 대국 중국은 한 줄의 위로도 하지 못했다. 조국은 그를 외면했고 세계는 그를 추모했다.(사진 자료 SBS화면 캡처)

세고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깡패와 다를 바 없다. 힘만 센 강대국에서 관문을 넘어 보편적 가치를 지향,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라 ‘참 아름답지 않아~’

[골프타임즈=장창호 칼럼리스트] 가뭄과 마른장마로 애태우더니 이제는 호우로 물난리 소식이 들려옵니다. 세상일이 모두 이렇습니다. 한 가지 염려가 지나가면 또 새로운 염려거리가 생깁니다. 관문을 넘기 힘듭니다. 오늘은 관문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관문(關門)은 원래 변방의 국경 출입을 통제하는 성문(城門)입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는 지점 또는 다른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꼭 거쳐야 할 단계를 뜻하는 말로 널리 쓰입니다. 중국어로 읽으면 ‘꽌먼’인데 때에 따라 문을 걸어 잠근다는 뜻이 됩니다. 폐쇄성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며칠 전 간암으로 영면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생애 마지막 소원으로 아내 류샤(劉霞)와 함께 외국에 나가 치료를 받기 원했는데 기실 아내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배려였다고 합니다. 류샤오보는 사망 이틀 만에 화장되었고 류샤는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당국은 자유로운 상태라고 발표하지만 아마 십중팔구 가택연금 당했으리라 추측됩니다.

류샤오보는 북경사범대학 중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중문학자입니다. 필자는 그에게 동업자로서의 애정이 있어 그의 불우한 인생이 더욱 애틋합니다. 대만유학시절이었던 1989년 6월 봄으로 기억합니다. TV에서 갑자기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베이징 천안문광장을 가득 매운 대학생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하는 광경을 보도했습니다.

대규모 연좌단식 평화농성이 시작되었고, 전(全)세계 주요 매스컴이 실시간 중계했습니다. 진압군의 탱크 앞을 맨몸으로 가로막은 시민의 모습은 평화시위의 압권이었습니다. 시위는 지속되었고 매일 TV화면에 비치는 시위대 지도부의 면면이 친근해질 즈음, 베이징 교외에서 지켜보던 계엄군이 어느 날 광장을 에워 쌓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찮았지만 필자는 인민해방군이 설마 인민을 칠까 했습니다.

하지만 덩샤오핑을 비롯한 중국공산당지도부는 문을 걸어 잠그고 일을 처리했습니다. 이를 중국어로 “꽌먼 빤스(關門辦事)”라고 합니다. 외국 매스컴을 내쫓고 인민해방군이 동원해 일사천리로 시위대를 진압했습니다. 군대의 무력 앞에 학생 시위대는 속절없이 무너졌고 지도부는 와해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국당국은 세계를 향해 중국 내부의 일이니 내정간섭하지 말라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1989년 봄 당시 류샤오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초청방문학자로 있었습니다. 뒤늦게 베이징으로 돌아가 시위대 지휘부에 합류하여 사후에 반혁명 혐의로 투옥됩니다. 이로부터 중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되어 2010년에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됩니다. 국제사회는 그의 수상식 참가를 간절히 원했으나 중국 당국은 이때에도 “꽌먼 빤스(關門辦事)”했습니다.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선정을 내정 간섭이라며 그의 출국을 금지했고, 이에 노벨상위원회는 빈 의자를 놓고 시상했습니다. 중국당국의 언론통제로 중국국민은 중국인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자랑스러운 장면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중국 당국은 또 다시 문을 걸어 잠그고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의 주요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 류샤오보 사망과 관련한 정보를 모두 차단하고, 모바일 메신저로 ‘류샤오보’와 ‘류샤’가 포함된 글의 전송을 불허합니다. 중국 외교부의 정례 브리핑 기록에도 류샤오보 관련 질문들이 삭제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당당하게 외칩니다. “중국의 국내 문제이니 내정간섭하지 말라!”

중국인과는 친해도 대화를 나눌 때 금기(禁忌)가 있습니다. 설사 그가 지식인이라도 그렇습니다. 정치가 화제가 되면 사람이 달라집니다. 중국의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자랑하던 지식인도 중국의 사법제도와 인권 이야기가 나오면 하지 말라며 손 사레를 치거나 심지어 표정이 굳어져 화를 냅니다. 필자는 중국 지식인조차 인류의 보편적 가치 토론에서 왜 예외가 되어야하는지 늘 의문입니다.

중국이 근년에 들어 공자학당을 내세워 세계를 향해 공자사상 전파에 열을 올립니다. 『논어』의 「팔일(八佾)」편에서 공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적의 땅에 임금이 있어도 중국에 없는 것만 못하다!” 얼토당토 않는 중화주의 오만입니다. 공자의 말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거리가 멀면 외면 받습니다. 그래서 이 말을 이렇게 바꿉니다. “중국에 공자가 있어도 이웃나라의 촛불 한 자루 켜느니만 못하다!” 중국의 이웃은 촛불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했습니다. 공자도 문을 열어 놓아야 숨을 쉽니다.

필자는 중국지식인의 열망과 양심을 책으로 읽으며 지성을 배양했습니다. 그리고 1989년 봄 천안문 광장 북경 대학생의 외침에서 중국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제 희망의 상징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상징은 사라졌지만 희망의 불씨는 넓은 중국 어디엔가 살아있을 것입니다. 힘만 세고 도덕성을 갖추지 않으면 우리는 이런 사람을 깡패라고 부릅니다. 중국도 힘만 센 강대국에서 관문을 넘어 보편적 가치에 열린 문명국이 되길 응원합니다.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韓愈)가 문장을 논하면서, “울분으로 평정심을 잃어야 글이 나온다(不平則鳴)”라고 말했습니다. 울분으로 글을 쓰기는 평생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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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호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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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학박사, 칼럼리스트]

※ 본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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