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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에세이 38화] 보석보다 빛나는 ‘새끼들’

기사승인 2017.07.19  08: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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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사랑이든 내리사랑이든 봐야 하지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둘이 앉아 웃기는커녕 말도 없다.

거실에 앉아서 함께 텔레비전을 보다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상이다.

그 조용하던 집안에 손자가 태어났다.

금쪽같은 내 새끼, 보석보다 빛나는 보물이다.

“우리 집 며느리는 며느리로서는 엄지 척이다. 그런데 육아법은 꽝이야. 애를 애답게 키워야지 남의 눈을 의식하고 너무 얌전하게 키우려 들어. 애가 응석도 부리고, 떼도 쓰고, 울기도 해야 하는데, 절대 울지 않게 하고 절제만 가르친다. 내가 속이 터진다.”

“그래. 애 키우는데 정답은 없지만, 요즘 아이들 너무 개방적으로 키우는 것도 걱정이다. 절제도 힘들겠지만, 우리 딸년이 애 키우는 거 보면 나도 속 터진다. 제 새끼 중하면 제 애미도 힘든 거 알아야지.

이건 친정엄마를 무슨 도우미 아줌마 부리듯 하고, 새끼는 오냐오냐 하며 다 들어주니까 버르장머리 없다고 하면 상관 말란다.”

“그런 소리 말아. 난 손주를 보고 싶어도 못 보잖아. 며느리가 못 오게 한다. 어머님 오시면 애가 버릇 나빠지고 아무거나 주셔서 탈 난다나. 치사랑이든 내리사랑이든 봐야 할 수 있지. 다 그렇게 키웠건만 뭐가 그리 유별난지.”

3대가 함께 살던 내 시집살이엔 자식 챙길 여력이 어디 있기나 했나. 시부모님 말씀대로만 움직여야 했고, 집안일에 내 자식 돌볼 사이도 없었다.

아이를 훈육하려고 방으로 데리고 가면 시어미가 미워 아이에게 화풀이하려는 거냐며 데려가 버리니 매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때는 일상에서의 모든 것이 시어른이 먼저였고 아이들은 그다음이었다. 밥상에서도 시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고, 다음에 아범이 들고 나면 아이들 순이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우선이다. 제 자식은 삼시 세끼에 간식이며 디저트까지 다 챙기면서도 네 남편이자 내 아들의 밥은 왜 안 주는지 묻고 싶어지기도 한다.

며느리, 저도 새끼가 중해서 그러는 것을 어쩌겠는가.

그래도 “어머니, 손주 좀 봐주세요” 하며 2층으로 데려오면 반갑다. 모든 일 제쳐두고 손주와 놀다 보면 어느새 웃고 있는 나를 본다.

녀석이 돌아가면 지쳐 누울망정 좋다.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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