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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 푸념에세이 49화] 속 터지는 스트레스 추석

기사승인 2017.10.03  17: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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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도 지나치면 해가 된다지 않던가

[골프타임즈=노경민 수필가] “사귀는 사람은 있니?”

추석 명절이다. 고향 떠나있던 친인척들이 계속 찾아들며 내 자식들에게 결혼 안 하냐, 올해도 혼자냐는 말을 툭툭 던진 후 내게까지 “저러다 쟤네들 집에 들러붙는 거 아니유?”라는 인신공격(?)이다.

슬그머니 자식들의 눈치를 살펴보니 누가 보내달라고 했어요? 한 해, 한 해 쌓이는 나이를 어쩌라고요? 반드시 결혼해야 할 처녀총각 정년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말하고 싶은데 꾹꾹 참는 표정이다.

친인척들의 ‘스트레스 받지 마라. 다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다.’ 라는 말끝에 뒤따르는 공식이 또 있다. 취업은 했니? 대기업이냐? 월급은 얼마냐? 말했다가 표정이 시원치 않자 놀면 뭐하니? 알바라도 바쁘게 뛰어야지, 슬쩍 위로의 말을 던진다.

이번에는 녀석들의 표정이 더 좋지 않다. 누가 놀고 싶어 놀아요?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아닌 게 내 탓인가요? 저도 할 말 있다고요.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어 참을 뿐이에요.

자식들이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말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것일는지 모른다. 조카 취직자리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하는 친인척과 부모, 그리고 취직 안 하고도 살 수 있도록 큰 재산 물려주지 못한 조상님을 향한 부글거리는 원망 말이다.

어미로서의 답답한 추측이지만,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데 돌아앉은 동서들이 이번에는 아주버님과 서방님 흉보는 쑥덕거림으로 춤을 춘다. 못 들은 척 하려는데 속내가 편치 않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인데 못돼먹은 악마로 보이면서 즐거워야 할 명절이 속 터지는 스트레스가 된다. 결혼 못한 내 자식에 아주버님과 서방님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한가위 날 조상님께 올릴 음식은 정갈한 마음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은가.

조상님 핑계로 따끔한 말 한마디 하려다가 꿀꺽 삼킨다. 행여 조상님들이 와 있는데 나까지 투덜거린다면 얼마나 낙담하실까 싶어서다. 이제 곧 그만 두겠지 체념하며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고맙게도 결혼이다, 취업이다 민망한 추궁을 당했던 녀석들이 전도 열심히 부치고 송편도 빚는다. 동서들도 그새 수다거리가 바닥났는가, 음식 만들기에 집중한다.

명절은 기분 좋은 날. 이날은 특히 기분 상하게 하는 말은 삼갔으면 싶다. 칭찬도 걱정도 지나치면 해가 된다지 않던가. 올 추석은 모두에게 진정으로 기쁜 명절이기를 달님에게 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가 현실이기를...

노경민 수필가|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노경민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스마트폰 전자책문학 ‘파란풍경마을’ 시낭송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간결한 문체의 정갈한 수필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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