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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길의 스타톡톡] 명품배우 이달형의 1인극 ‘술 한 잔 따라주세요’

기사승인 2017.12.12  19: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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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겹게 살아온 명품배우의 인생 이야기 ‘희망을 갖고 살아요’

웬만한 가수 뺨 칠 만큼 노래를 잘 부르는 이달형은 건반과 기타와 드럼을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입담과 익살로 90분 논산 공연을 관객과 호흡한다. ‘술 한 잔 따라주세요~’

[골프타임즈 윤상길=칼럼니스트] <술 한 잔 따라주세요 / 빈 잔의 무게만큼 / 술 한 잔 따라주세요 / 빈 가슴의 아픔만큼 / 술 한 잔 따라주세요 / 철이 들지 못한 내 자신 너무도 미워 / 매일 밤을 지새우면서도 / 그리움 떨치지 못하고 / 오늘 밤도 지친 마음을 / 술로 술로 달래요 / 술 한 잔 따라주세요 / 타버린 가슴만큼 / 술 한 잔 따라주세요 / 이제야 잠이 와요 / 이제야 잠이 와요>

1997년 고(故) 송영민이 작사 작곡한 가요 ‘술 한 잔 따라주세요’의 노랫말이다. 몇몇 가수에 의해 음반으로 발표된 노래이지만, 가요 자체는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이 노래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는 배우 이달형이 동일한 제목의 1인극 무대를 관객에게 선보이면서 부터이다.

1인극 ‘술 한 잔 따라주세요’는 지난 2015년 1월 이달형에 의해 서울의 해오름 예술극장에서 초연됐다. 1달간 계속된 공연은 전석 매진이란 대성공을 거두었다. 한 배우의 인생이 담긴 이 1인극은 이달형이란 연기자가 ‘명품배우’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드라마 자체가 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술 한 잔 따라주세요’는 힘겹게 살아온 이달형 자신의 일대기이다. 그는 40대에 이르기까지 동료 자취방 신세를 지다가, 고시원 단칸방을 빌려, 떼를 쓰듯 한 달 치 월세로 2, 3개월을 버티는가 하면, 아파트 옥상, 연립주택 지하 보일러실, 극단 사무실, 교회 새벽기도실, 병원장례식장 로비, 마로니에 공원, 샘터파랑새 극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등 노숙자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다. 라면 1봉지로 하루 식사를 해결하고, 3, 40리 길을 걸어 연기 현장에 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살아온 배우 이달형의 가난 극복기를 담은 연극이다.

이 사연은 MBN 토크프로그램 ‘속풀이쇼 동치미’를 통해 방송(11월 4일)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날 방송의 주제는 ‘집 걱정 없이 살고 싶다’. 방송에 직접 출연해 그가 밝힌 기막힌 사연들에 MC와 패널 모두 눈시울을 붉혔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날 토크왕에 등극했다. 시청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 ‘이달형’이란 이름이 방송 이튿날까지 1위에 올랐을 정도였다. 연예인이 사건 사고 스캔들이 아니고, 가슴 먹먹한 사연으로 검색어 1위에 오른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는 방송 이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늘 한계상황을 넘어설 해결책은 있다고 믿으며 살았다. 없다고 하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계란 자신의 마음속에 스스로 그어놓은 선일 뿐,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어려운 한계상황에서도 해내겠다고 기를 쓰는 사람에게 세상은 그 거대한 몸을 기울여 그 사람이 외치는 소망을 듣고 그것을 들어주려고 힘쓰게 된다고 확신한다.”라고 자신의 생활신조를 밝혔다.

‘속풀이쇼 동치미’ 출연 이후 그를 향한 연기 현장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흙수저 출신의 무명 배우라면 누구나 겪었을 경험을 마치 자신만이 특별히 겪고, 극복해낸 듯한, ‘훈장’을 받은 듯한 미안함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어느 때보다 “술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한다. 자기도 모르게 ‘술 한 잔 따라주세요’란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는 것. 자신의 현재 심정이 노랫말에 그대로 녹아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다시 한 번 1인극 ‘술 한 잔 따라주세요’를 무대에 올리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달형의 1인극 ‘술 한 잔 따라주세요’는 오는 15~17일 충남 논산시 논산시청 앞 마당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지방 공연이지만 소식을 접한 서울의 팬들까지 전세버스로 공연 관람을 신청하는 등 관객의 호응이 대단하다. 17일 공연 후에는 그의 팬클럽과 함께 아예 2017년 송년모임까지 치를 예정이다.

논산의 소극장 무대는 단출하게 세팅된다. 작은 콘서트 무대처럼 꾸며진다. 몇 장의 레코드판과 술병으로 가득 찬 냉장고 모형이 장식의 전부이다. 하지만 드럼세트가 놓이고, 건반이 준비돼 있고, 기타 한 대가 관객을 맞는다. ‘술 한 잔 따라주세요’는 1인극이지만 노래하는 배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가 웬만한 가수 뺨 칠 만큼 노래를 잘 부른다는 사실을. 이달형은 건반과 기타와 드럼을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구수한 입담과 익살로 1시간 30분의 공연을 관객과 대화를 나누며, 친 대중적 음악극으로 이끌어갈 예정이다.

이번 1인극의 연출은 그의 연극계 후배인 여성연출가 오성혜가 맡았다. 선 굵은 배우 이달형과 여성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주목받는 오성혜 연출가의 조합이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될 지도 관심거리이다. 오성혜 연출은 “최선을 다하는 작품에게 관객은 박수를 보낸다고 믿는다. 선생님 같은 선배 배우를 모시고 연출 데뷔를 한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성과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 도전하고 계속 움직였다. 만약 이번 작품이 실패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연출가의 몫이다. 하지만 실패도 누군가에게는 귀중한 경험이 된다. 실패에 감사하면서 또 다른 문을 열어볼 생각이다.”라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술 한 잔 따라주세요’의 제작과 프로듀싱을 진명 영화감독이 맡은 대목도 특이하다. 최근 예술영화 ‘천사의 시간’을 연출한 진명 감독은 이 연극을 “음악극 형태의 1인극에 영화적 재미를 가미한 작품으로 흥행보다는 작품의 가치로 평가받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는 “흥행이 별로라는 것과 가치가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정말 좋은 연극이라면 입을 타고 귀를 지나 바람결에 훨훨 날아가 관객들이 모를 리가 없다”라고 자신을 보인다.

제작자와 연출가의 포부를 곁에서 듣던 이달형 배우가 한마디 던진다. “우리 늘 희망을 갖고 살아요. 술 한 잔 따라주세요”. 필자에게 소주병을 건네는 그의 말이 매서운 겨울바람 마냥 귀에서 윙윙 거리고 있다.

윤상길 컬럼니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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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상길
부산일보ㆍ국민일보 기자, 시사저널 기획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투데이 편집위원으로 있다. 장군의 딸들, 질투, 청개구리합창 등 소설과 희곡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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