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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의 시詩산책 65회] 섭攝-도란도란

기사승인 2020.05.06  08: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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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攝-도란도란

술 마실 때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술 마시고 야비다리하지 말라고
‘섭攝’은 주도酒道를 이르는 도주道酒,
술의 길을 가르치는 훈장이거라
술 마셨다고 함부로덤부로 굴지마라
두런두런대며 하동지동 말거라
입이 셋이고 귀가 하나라면
가볍고 나직하니 어찌 정다울 수 있으며
입이 셋이고 귀가 하나라면
가볍고 나직하니 어찌 정다울 수 있으며
그 이야기인들 어이 귀에 들리겠느냐
입 하나에 귀가 셋이니 얼마나 좋으냐!
‘섭’은 토리 남도 땅이 낳은 알[土卵]로
정성 다해 빚은 술이니
하늘 기운과 땅의 피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지 않았느냐
‘도란도란’은 투명한 액체의 불
바로 자연이 낳은 용암이다
눈으로 마시면서
마음으로 먼저 취하거라
지딱지딱 마셔 취할 것이 아니라
네 몸과 마음 구메구메 좋은 기운으로
채워 넣어줄 술이니라, 섭攝은!
      -저자 홍해리 시 [섭攝-도란도란] 전문-

*‘섭攝’은 전남 곡성에서 토란을 원료로 만드는 40도짜리 독한 술로 ‘토란소주 도란도란’이란 이름도 갖고 있음.

‘우리시’의 중추 역할을 하시는 홍해리 선생님의 시를 읽는 나의 자세는 받들어 모신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선생님께서 우이동에 이사하셔 무릉도원의 결의처럼 이생진, 임보, 채희문 시인님과 만나시면서 우이시의 태동이 시작되었고 40년 넘게 지금까지 지속되어오고 있다. 20여남 권 시집을 내셨고 이번에 정곡론을 출간, 보내주셨다.

사유 깊고 넓은 시를 지으시는 ‘시인의 말’을 옮겨 적는다. 1./ 한편의 시는 칼과 같다./ 잘못된 칼은 사람을 찔러 피를 흘리게 한다./ 좋은 칼은 사람을 찔러도 피가 나지 않는다./ 그게 한편의 좋은 시다. 라고 쓰셨다.

시의 칼날에 찔려도 피가 안 나듯, 독한 토란주도 시인이 마시면 약이 되고 독자들이 마시면 정신의 양식이 되고 혼을 풀어 고운 춤을 추게 한다. 이것이 좋은 시가 주는 시의 향연이다.

정옥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정옥임 시인
1996년 ‘문학21’로 등단, 황진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시 영문번역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시인은 ‘시 읽는 사회를 위하여 나는 시를 읽고 시를 쓴다’ 등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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